'노예 노동' 눈물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亞·유럽 젊은이들 소변 자주 본다고 다그치고 성폭행도 빈번

손병호 기자 2015. 5. 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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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뒤늦게 실태조사 착수

호주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시아와 유럽 젊은이들이 혹독한 조건의 '노예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실태가 적나라하게 고발됐다. 특히 여성을 겨냥한 성폭행과 성희롱도 빈번했다. 이렇게 아시아와 유럽 젊은이들이 흘리는 눈물을 머금고 생산된 과일과 채소, 육류 등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호주의 대형 유통업체들에 버젓이 공급되고 있었다.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은 만 18∼30세 젊은이들이 최장 1년간 일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는 관광취업비자 제도다. 호주 당국이 뒤늦게 실태조사에 착수키로 했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동안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워킹홀리데이의 문제점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호주 공영 ABC방송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포 코너스(Four Corners)는 4일 밤 아시아와 유럽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워홀러)들이 호주 각지의 농장과 공장에서 노예노동과 언어폭력, 성희롱, 협박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나오는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야 했고, 농장이나 공장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노예처럼 일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의 양이 너무 많아 다들 지쳐보였다. 심지어 소변을 자주 본다고 다그쳐 옷에 오줌을 눈 경우도 소개됐다.

이런데도 임금은 같은 곳에서 일하는 호주 노동자들에 비해 절반 정도에 그치는 등 임금착취도 심했다. 대만 출신의 한 여성은 시간당 3.95호주달러(3340원)를 받기도 했다. 호주의 법정 최저임금은 21.08호주달러(1만7800원)다.

방송에서 유럽계 여성들이 "왜 우리한테는 임금을 적게 주느냐"고 따지자 농장 관계자가 "다음부터는 유럽 애들은 데려오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실제로 농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 젊은이들을 더 선호하고 있었다.

여성들은 농장 관계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여러 차례 분명한 거절 의사와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울먹였다.

방송은 이렇게 생산된 과일과 채소, 육류 등이 '윤리적 조달'을 표방한 대형 유통업체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면서 이들 유통업체가 매입단가를 낮추면서 노동환경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45분짜리 방송에서 피해 젊은이들이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이 있었다. "호주가 정말 이런 나라일 줄은 몰랐다"는 거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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