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엔도텍 띄우더니.. 못믿을 증권사

류순열 2015. 5. 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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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 기업분석·주가전망 또 신뢰성 먹칠

최근 터진 '가짜 백수오 쇼크'가 코스닥을 강타했다. 해당 기업인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폭락 중이다. 지난달 17일 종가 9만1000원에서 보름 만에 2만9000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렇게 좋다던 백수오 제품이 가짜로 드러난 이상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다.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그들의 기업분석과 주가전망 능력은 또다시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증권사들이 발표한 내츄럴엔도텍 분석 보고서는 모두 44건인데 하나같이 장밋빛 일색이다. 보고서 제목부터 '세계를 향한 위대한 한걸음'(유진투자증권),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확인'(이베스트투자증권),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장애 개선 시장서 패션 아닌 대세!'(키움증권) 등 선정적 찬사가 넘쳐난다.

내용을 보면 키움증권은 사태가 터지기 보름 전인 지난달 6일 보고서에서 "내츄럴엔도텍이 작년 말까지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으나 올해 국내 유통채널 다각화 등의 성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6만6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올렸다. 당일 종가는 7만3600원이었다. 교보증권도 지난 3월30일 "해외영토 확장으로 고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6만1000원에서 10만원으로 높였다. 하나대투증권도 같은 날 "내수 백수오 시장의 성장성과 해외 진출까지 고려할 때 성장성 확보가 분명하다"고 낙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가공전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4월22일)며 가짜 백수오 논란에 불을 댕기면서 시장은 잿빛이 되었지만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던 이들은 말이 없다. 늘 그렇듯 반성문을 쓰는 증권사는 찾아볼 수 없다. 사태 이후 관련 보고서는 지난달 23일과 24일 삼성증권이 낸 2건이 전부다. 삼성증권은 여기서도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투자의견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한 단계 낮췄을 뿐이다.

이번 사태는 또다시 증권사 분석·전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금융권 인사는 "기업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불러주는 것을 그대로 읊거나 거기에 부화뇌동해 장밋빛 리포트를 쏟아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올라FN 강관우 대표는 "사실 애널리스트들이 백수오에 대해 뭘 알겠냐"며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소비자원처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적 백그라운드는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는 "설사 그런 전문성을 갖췄다고 해도 한 기업의 리포트를 위해 몇달씩 그 검증에 매달리는 걸 허용하는 증권사는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내츄럴엔도텍의 주장대로 100% 진짜 백수오였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진짜라고 해도 내츄럴엔도텍은 너무 고평가돼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너도나도 부화뇌동하면서 시장의 탐욕을 키워 언젠가 당할 수밖에 없는 화였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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