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시선]배상문이 상무에 갔더라면

김세영 기자 2015. 5. 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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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 사진 | AP뉴시스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최근 상무 골프단의 잇따른 승전보를 접하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배상문(29)이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지만 그가 상무 골프단에 입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다.

상무 골프단은 올해 한국 남자 골프에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흥행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개막전이었던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허인회(28)가 우승한 데 이어 곧바로 맹동섭(28)과 양지호(26)가 챌리지 투어 3~4차전을 잇따라 제패했다. 팬들은 '군인 골퍼'들의 거수경례와 활약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다음 주 열리는 매경오픈은 원아시아 투어 대회라 원래 상무 골프단 소속 프로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었지만 허인회는 초청 선수로 출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상문은 현재 병무청과 군 입대 연기와 관련해 행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배상문 측은 "사실상 직장과도 다름없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참가를 위한 목적이며 과거 다른 운동선수 등의 연장 사례를 참고할 때 평등 원칙에 따라 국외여행기간 연장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병무청 측은 "병역법상 국외여행기간 연장 연령이 만 28세까지다. 1년을 통틀어 6개월 이상 국내에 머물거나 3개월 이상 계속하여 국내에 체재하는 경우에는 국내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으로 봐서 국외여행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배상문의 경우 일반원칙상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배상문은 2013년부터 미국 영주권을 얻고 병무청에서 국외여행 기간을 연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9일 병무청이 그의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한다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배상문은 지난해 국내 골프대회 출전, 대학원 진학 문제 등으로 국내에 133일 동안 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KPGA투어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 출전한 6명의 상무 골프단. 사진 | 한석규 객원기자

국내에서 군 문제만큼 민감한 것도 없다. 예외를 인정하는 순간 여론의 뭇매에 시달리게 된다. 배상문에 대한 여론 역시 싸늘하다.

만약 지난해 말 군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배상문이 당당히 국내에 들어와 입대를 했다면 어땠을까. 이미 1차 선발은 끝났지만 상무 골프단은 아마 추가로 배상문을 발탁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론이 배상문을 선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고, 오는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앞둔 국군체육부대도 배상문을 선발할 명분을 쌓은 뒤 결국 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배상문의 객관적인 실력을 감안하면 그가 군인 신분으로 국내 대회에 참가했다면 분명 대회 흥행에도 커다란 플러스 작용을 했을 것이고, 팬들에게도 '진짜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지난 달 개막전을 앞두고 황성하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회장과 김무영 상무 골프단 감독이 잠시 만난 적이 있다. 김 감독이 KPGA가 상무 골프단 소속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허용해 준 데 대해 황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당시 황 회장은 "배상문이 곧바로 국내에 들어왔다면 도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 역시 "실력 있는 선수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배상문도 이미 상무 골프단 선수들의 활약상을 미국에서 접하고 있을 것이다. 소회도 남다를 것이다. 자신이 상무에 입대해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면 우승 확률이 더욱 높았을 것이고, 지금 동료들이 받고 있는 박수갈채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세상 일이 그렇다.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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