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예고됐던 대지진..다음은 일본?

이정훈 2015. 5.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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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 전 해외 연구진이 경고한 네팔 지진

5천 명이 넘게 사망한 네팔 대지진, 사전에 예측할 수는 없었을까요? 놀랍게도 대지진 훨씬 전부터 네팔 지역에 강진을 예고한 과학자들의 발언들이 뒤늦게 속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이미 다음 대지진 위험 지역으로 네팔이 꼽혔다는 내용부터 심지어 구체적으로 카트만두 지역에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한 해외 연구진은 약 한 달 전 네팔 현장 답사를 통해 구체적인 지진 조짐까지 관측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연구기관 CEA의 로랑 볼랭저 연구팀이 단층대에 있는 목탄 조각 등을 채취해 이 지역의 단층이 수 백 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인도판은 유라시아판을 향해 매년 4cm 씩 꾸준히 이동하고 있는데 단층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단층대에 쌓여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직접 관측한 결과에 더해 과거 역사 지진 기록에서도 근거를 찾았습니다. 네팔에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에도 두 차례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1255년과 1344년에 잇따라 큰 지진이 났습니다. 두 지진 이후 600년 가까이 잠잠하던 네팔은 지난 1934년 또 한번 요동쳤습니다. 카트만두 동쪽 지역에서 규모 8.0의 대지진이 난 겁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수 백 년 동안 지각에 쌓인 힘(응력)이 당시 한번의 지진만으로 모두 배출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255년과 1344년, 89년의 간격을 두고 있었던 두 차례 지진과 마찬가지로 1934년 지진이 발생한 지 80여 년이 지난 요즘 또 한번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지역은 1934년 지진으로 쌓인 힘이 단층대를 따라 전해질 수 있는 카트만두 일대로 지목됐습니다. 프랑스 연구진이 네팔에서 열린 학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지 2주도 안 된 지난 25일 실제로 카트만두에서 불과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 대지진, 과연 예측 가능한가?

그렇다면 대지진도 일기예보처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걸까요? 일기예보에는 단순히 '비가 온다'는 정보 뿐만 아니라 언제 내린다는 시간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진 예측은 시간을 정확히 판단한다는 게 불가능합니다. 단층대에 힘이 쌓이다 견디지 못할 정도에 달하면 그때 지진이 나는데 지진 바로 직전의 사전 징후를 감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막대기 양쪽에 힘을 주면 곧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은 들어도 정확히 언제 부러질지 알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단층에 힘이 많이 쌓였다는 것을 근거로 지진이 임박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 단층에 힘이 쌓이고 지진이 나면서 힘이 배출되는 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시기를 예측하는데 그 주기를 참고하는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 주기의 오차가 길게는 수십 년에 달할 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십 년 뒤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지진을 두고 대비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 다음 대지진 위험 지역은 어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는 단층대에 응력이 쌓여 언제든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일본 난카이 해구입니다. 일본은 유라시아판과 북미판,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으로 둘러싸여 이 판들이 복잡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충돌해 발생했습니다. 난카이 해구는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충돌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약 200년을 주기로 큰 지진이 발생해 왔습니다. 그 중 도쿄에 인접한 도카이 구역에서 일어난 최근의 대지진은 지난 1854년 규모 8.4의 지진인데 이미 16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 해역에 30년 내에 규모 8이 넘는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일본 열도 남쪽에 위치한 난카이 해구. A~E 구역 중 도쿄에 인접한 E 구역 '도카이' 부근 해역에 지진이 임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난카이 해구는 일본 열도 남쪽에 동서로 자리잡고 있어 한반도에서도 매우 가깝습니다. 지진 위험 지역이 가깝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각은 동쪽으로 2에서 6cm 가량 이동했습니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이 여파로 서해 바닷속에 새로운 단층이 형성되거나 기존의 단층대가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서해 지진이 급증하면서 지난 2013년에는 국내에서 지진 관측 사상 가장 많은 93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 동쪽 해역은 난카이 해구보다 한반도에서 두 배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가까운 난카이 해구에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의 단층대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본 대지진보다 훨씬 더 클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물론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네팔 지진에서 볼 수 있듯 예고된 위험이 생각보다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서해서 지진 잇따라…대지진 전조?☞ [뉴스9] 한달 전 네팔 대지진 경고…예측 가능한가?

이정훈기자 (skycl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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