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능가? 메이웨더 아웃파이팅, 나비도 벌도 없다

스포츠 입력 2015. 5. 5. 09:00 수정 2015. 5.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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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기의 대결'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메이웨더는 지난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서 열린'WBA·WBC·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매치'에서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에게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위험한 적수로 평가받던 '특급 사우스포' 파퀴아오에게도 승리하면서 무패로 은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승부에서 1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추가해 5개 체급·11개의 타이틀을 수집하는 금자탑을 쌓은 메이웨더는 48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커리어 정점에 달한 현재는 선수 생활을 정리하기 딱 좋은 시기다. 이를 입증하듯 메이웨더는 마지막 은퇴경기를 치른 후 링을 떠날 생각임을 밝혔다.

뛰어난 기록 = 위대한 복서?

일단 기록만 놓고 봤을 때 메이웨더는 복싱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업적을 남겼다. 강자가 득시글한 사각의 링에서 커리어 내내 한 번의 패배도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후대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가장 위대한 복서냐?'는 질문에는 갑론을박 양상을 띤다. 성적 자체로만 놓고 봤을 땐 그보다 더 완벽할 복서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스포츠는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되지는 것이 아니다. 마이크 타이슨의 말처럼 "위대함은 사람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질 때 생긴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프로 선수라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수십 년 전 복서들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타이틀을 따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팬들을 열광케 하는 그들만의 색깔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논란은 넓게 갈 것도 없이 메이웨더와 같은 아웃복서들로만 범위를 축소해도 마찬가지다. 아웃복서는 주로 상대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싸운다. 일반적으로 먼 거리에서 치고 빠지는 스타일만 연상하기 쉽지만 큰 틀에서 보면 최대한 덜 맞고 상대를 많이 때리는 테크니션이라 할 수 있다.

무하마드 알리, 슈거 레이 로빈슨, 로이 존스 주니어, 토마스 헌즈, 슈거 레이 레너드, 래리 홈즈, 퍼넬 휘태커, 에반더 홀리필드 등이 복싱역사의 대표적 아웃복서들로 꼽힌다.

메이웨더는 최근 인터뷰 등을 통해 "알리는 패한 적이 있지만 나는 단 한 차례도 패배가 없다"며 자신이 알리보다 뛰어난 선수라는 점을 어필했다. 조지 포먼 등 일부 레전드급 복서들 역시 "충분히 인정할만한 발언이다"며 메이웨더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대다수 팬들과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며 메이웨더의 말을 반박하는 분위기다. 국내 팬들 역시 대다수가 부정을 넘어 실소를 머금고 있다. "기록상 아주 뛰어난 복서인 것은 인정하지만 알리를 건드릴 정도로 위대한 선수는 아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는 성적 못지않게 다른 여러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아쉬운 파이팅 스타일

팬들이 성적에 비해 메이웨더를 평가절하 하는 건 지루한 그의 파이팅스타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와의 경기에서 놀라운 '회피 테크닉'을 보여줬지만 수시로 클린치를 남발하는 등 관중들의 야유를 부르는 행동을 많이 했다.

파퀴아오가 자신을 압박해 코너에 몰리면 깊이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허리를 감싸고 늘어지는 것은 물론 팔뚝으로 목을 붙잡는 헤드락까지 심심치 않게 보여줬다.

팬들 사이에서 "길로틴 초크를 필살기로 준비하고 나온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해외 언론에서는 메이웨더의 그러한 플레이를 MMA경기에 비유하며 풍자할 정도다. 메이웨더의 지나친 클린치 플레이에 팬들은 지루함을 넘어 짜증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역대급으로 꼽히는 아웃복서들의 상당수는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안겨줬다. 인파이터만큼 치고받는 화끈함은 덜할지 모르지만 뛰어난 테크닉을 바탕으로 멋진 그림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더불어 메이웨더처럼 오직 점수를 얻기 위한 플레이로만 일관하지 않고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경기를 끝내려는 넉아웃 근성도 강했다.

특히, 메이웨더가 언급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로 표현될 만큼 예술에 가까운 복싱 스타일을 보여줬다. 헤비급임에도 빠르고 날카로운 움직임을 통해 어지간한 인파이터 못지않은 재미를 안겨줬다.

날렵한 스텝을 통해 상대와 거리를 두면서도 빈틈이 보였다 싶으면 날카로운 반격을 망설이지 않았고, 승기를 잡으면 인파이터 못지않게 과감하게 들어가 상대의 혼을 빼앗는 연타 기술로 승부를 끝내버렸다. 역대 최고의 하드펀처인 조지 포먼을 KO로 잡아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저격수', '히트맨', '디트로이트 코브라' 등 다양한 닉네임으로 불렸던 토마스 헌즈는 왼손을 내리고 오른손은 높이 들어 안면을 지키는 이른바 크롱크 짐 스타일을 바탕으로 상당히 공격적인 아웃파이팅을 구사했다. 빠른 발과 스피드로 맹공도 여유 있게 피하는 것은 물론 긴 리치를 살린 날카로운 '플리커 잽(flicker jab)'은 상대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송곳 같은 잽에 이은 묵직한 스트레이트 앞에 수많은 하드펀처들이 무릎을 꿇었다. 상대가 가드를 올리면 접근해서 바디샷을 퍼부었으며 반격을 가하면 다시 물러서서 원거리 폭격을 퍼부었다. 잘 맞지 않고 원거리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선수라는 점에서 아웃복서로 구분되지만 공격 본능만큼은 인파이터 못지않았다. 때문에 헌즈의 경기들은 지금까지도 명승부로 기억되고 있다.

이렇듯 과거의 레전드 아웃복서들과 비교해 봐도 메이웨더의 복싱에는 팬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경기장을 찾은 대다수 관중들이 그에게 야유를 퍼부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은퇴 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메이웨더가 알리만큼 오랜 시간 회자되는 명복서로 남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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