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소통의 逆說'.. 부하가, 당신을 흉보고 있다

최희명 기자 입력 2015. 5. 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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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직원 신상 캐는 용도에서 上司 험담 통로로 직속상관이 친구 신청하면 거절.. 계정도 비밀 설정

보험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여·25)씨와 동료 사이에선 최근 같은 부서 A 차장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가족사진이 화제다. 이들은 사진을 보며 "차장은 아주 못생겼는데 딸은 예쁘더라" "아들은 아빠를 닮아선지 진짜 못생겼다"는 식으로 A 차장에 대한 험담을 주고받는다. 김씨는 "A 차장은 평소 부하 직원들을 심하게 압박하는 상사로 악명이 높은데, SNS에 공개된 그의 사생활이 부하 직원들의 '안줏거리'가 된 셈"이라고 했다. 평소 A 차장이 잠시 사무실을 비울 때면 곧바로 김씨와 동료들은 SNS 로 "XX 나갔다"는 '파발'을 돌린 뒤 한바탕 험담을 벌인다고 한다.

대표적인 온라인 소통 수단으로 꼽혀온 SNS가 직장 내에서 '상사 험담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 담당자 318명을 조사한 결과 54%가 "채용 시 구직자들의 SNS에 올라온 정보를 살펴본다"고 밝히는 등 기업이 직원이나 구직자의 신상을 탐문하는 통로로 SNS를 악용한다는 논란이 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부하 직원들도 상사들의 흠집을 잡는 용도로 SNS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SNS 작동 원리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이 상사의 SNS를 추적해 험담 소재를 캐내는 일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임원인 B씨는 최근 출장 기간 중 몰래 관광지에 놀러 갔다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회사 사람들과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지 않아 들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 B씨와 사이가 좋지 않은 한 부하 직원이 그의 관광 사진을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퍼트리면서, B씨는 회사에서 한동안 구설에 올랐다고 한다. 한 대기업 과장 C씨는 "평소 후배에게 쌀쌀맞기로 유명한 차장급 간부가 금요일 저녁에 '거래처와 약속이 있다'며 정시에 퇴근했는데, 1시간쯤 뒤 페이스북에 '가족과 캠핑을 가고 있는데 차가 막힌다'는 글을 올린 걸 부하 직원들이 잡아내 문제 삼았다"며 "SNS로 험담이 퍼지다 보니 나중엔 임원 귀에도 들어가 그 간부가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SNS 에 올려놓은 사생활 정보가 직장 생활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빚어지다 보니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SNS 계정을 비밀 설정하는 것도 유행이다. 5년 차 직장인 오모(30)씨는 "SNS의 파급력을 잘 아는 젊은 직원들은 회사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글이나 사진이 보이지 않도록 설정하는 식으로 대비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대리 장모(여·29)씨는 "직속 부장이 트위터·페이스북 가릴 것 없이 친구 신청을 해오기에 아예 거절했다"고 했다. 대신 장씨 사무실 사람들은 부장이 참여하지 않는 비밀 카카오톡 채팅방을 따로 만들어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아예 사생활 정보를 올리지 않는 SNS도 등장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손모(여·25)씨는 "회사 사람들과는 페이스북보다는 '링트인(Linked In)'과 같은 비즈니스형 SNS를 통해 교류한다"며 "각자 속한 회사의 이야기를 공유할 뿐 사생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선 익명 SNS가 확산하거나 상사를 왕따시킨 채 자기들만의 채팅방을 만드는 것처럼 SNS에서 맺는 인간관계의 범위를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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