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잖은 경상흑자 행진.. 원高 압박 가중

이훈성 2015. 5. 4. 20: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월까지 37개월 연속 흑자 기록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불황형'

엔저 가속 속 수출전선 먹구름

곤혹스러운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은 줄고 있는데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생기는 흑자인 데다, 이렇게 국내에 들어온 외화가 가뜩이나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원화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며 수출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지속될 조짐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103억9,000만달러 흑자로, 3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종전 최장 흑자 기록인 38개월(1986년 6월~1989년 7월)에 근접한 실적이다. 흑자 규모로는 지난해 11월(113억2,000만달러), 2013년 10월(111억1,000만달러)에 이은 역대 3위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가 112억1,000만달러 흑자를 보이며 전체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었다.

내역을 보면 '불황형 흑자'의 성격이 확연하다. 수출(495억7,0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4% 줄었고, 수입(383억6,000만달러)은 전년동기 대비 감소폭이 16.8%로 수출의 두 배였다.

경상수지 흑자 장기화는 원화 환율 상승 요인이 되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주요 21개국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은 스위스 프랑을 제외하고 모두 절상(원화가치 상승)됐다. 최근에는 증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려들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한층 강화되는 형국이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3월 한달 간 우리 증시에 유입된 외국계 자금은 33억6,000만달러로, 전월(2억7,000만달러)보다 12배 넘게 늘었다.

특히 외국계 자금 유입이 최대 수출경합국인 일본과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 들어 3월까지 우리 주식시장에 유입된 유럽 및 일본계 자금 규모는 전체 외국인 투자 규모의 7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원ㆍ엔 환율은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고, 원ㆍ유로 환율 역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지난 연말 대비 11.2% 절상됐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이주열 한은 총재도 3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엔화와 유로화에 견준 환율 절상이 수출 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