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만 연금 가입자 '사실상 증세'..국민 설득 가시밭길

입력 2015. 5. 4. 17:47 수정 2015. 5. 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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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인상 후폭풍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3大 맹점 ◆

'누구를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인가.'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연금 전문가들은 '맹점투성이'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기금 고갈을 앞당기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국민연금 가입자 2100만여 명이 보험료를 많게는 현재보다 2배가량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의 실질적 부담이 중산층과 대기업에 비해 더 늘어나는 데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해도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500만여 명은 전혀 혜택을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본래 취지인 소득 재분배 기능이 되레 약화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현실에 맞지 않고 이상과도 동떨어진 정책이란 말이다.

올해 초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은 우리 국민이 세금 문제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정부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사실상 증세'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준조세'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것은 연말정산에 비해 사회적 파장이 수백 배에 달할 수 있다. 당장 보험료가 2배 가까이 뛰어 매달 많게는 수십만 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이 10%포인트 높아지면 올해부터 2065년까지 누적 664조원, 2083년까지 누적 1669조원이 연금 급여로 더 지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돈을 마련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려 기금 조기 고갈을 막든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금 고갈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보험료율을 높이면 현재 보험료율 9%에서 15.1~18.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가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주는 월소득 300만원의 직장가입자는 현재 13만5000원만 내면 되지만 소득대체율이 50%로 높아질 때 최대 28만3500원을 내야 한다. 100% 자비로 부담하는 지역가입자는 27만원에서 56만7000원으로 뛴다. 정부 관계자는 "수만 원대 세금 변화에도 민감한 국민들이 10만원이 넘는 돈을 더 내야 하는 변화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기금 조기 고갈을 받아들이는 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 복지부 추산 2056년 기금이 고갈된 이후에는 한 해 동안 납부자들이 낸 보험료만큼 은퇴자들이 보험금을 타 가는 '부과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2060년 월소득의 25.3%, 2080년에는 28%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부과 방식은 미래 세대에 지나치게 부담을 많이 주는 방안이라 사실상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 농어민·영세자영업자 연금보험료 부담 가중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일괄적으로 10%포인트 인상할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더 큰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납부액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적연금과 달리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가입자들 소득 가운데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납부하는 구조다. 현재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개인과 기업이 각각 4.5%씩 내고 있다. 이는 분기 매출이 수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이든 근로자가 10인 이상인 중소기업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농어민이나 자영업자 위주인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9%를 전액 혼자서 부담한다. 보험료율 9% 역시 매월 수억 원을 버는 자영업자나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영세상인이나 똑같다.

보건복지부는 2100년 이후에도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올해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최대 18.9%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월소득 151만5000원에 못 미치는 국민연금 가입자는 749만명에 달한다. 월소득 151만원은 올해 정부가 적용하는 1인 가구 중위소득(전체 국민을 가구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앙에 위치하는 소득)인 156만2337원보다도 적다.

월급이 150만원인 직장가입자는 지금까지 보험료 6만7500원을 냈지만 앞으로는 14만여 원을 내야 한다. 상당수가 농어민과 자영업자로 추정되는 월소득 150만원인 지역가입자는 기존 보험료 13만5000원에서 28만여 원을 매달 납부하게 된다.

보험료율이 올라가면 고소득자나 대기업에 비해 저소득자와 중소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의 고질적인 노후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는 당초 정책 목표와 달리 저소득자와 중소기업들은 당장 보험료 인상에 의한 부담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연금 보험료가 오르면 이들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국민연금 납부자 중 45.2%가 월소득 151만원 이하인데 이들에게 "노후에 연금을 더 줄 테니 지금 보험료를 더 내라"고 요구한다면 얼마나 많은 저소득자가 이에 공감할지도 의문이다.

[조시영 기자 / 박윤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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