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메이웨더', 최고 테크니션과 거품 챔피언 사이

조영준 기자 입력 2015. 5. 4. 15:11 수정 2015. 5. 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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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조영준 기자]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 미국)와 매니 파퀴아오(37, 필리핀)의 빅 매치는 이 시대의 스포츠 비즈니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복싱 경기 하나에 2천억이 넘는 파이트머니가 걸렸다. 전 세계 방송사들은 이 경기의 중계권을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광고 수입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현대 스포츠를 순수하게 경기의 과정과 참 된 정신에 입각해서 볼 수 없다. 모든 것은 '돈'과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사슬은 스포츠를 '비즈니스'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논리는 스포츠 최고의 시장인 미국에서 한층 강하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세계 스포츠 선수들 중 수입 1위에 올라있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가 있다.

메이웨더의 호칭은 'Money(돈)'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불리는 것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과거 스포츠 선수들은 비즈니스의 세계에 능숙하지 않았다. 그저 운동에만 집중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은 계산적인 프로모터와 에이전트 등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메이웨더는 누구보다 영리한 사업가다. 복싱 집안에서 성장해 일평생을 글러브를 끼고 살았지만 세상 물정에 어둡지 않다. 도전자를 선택할 때 누구보다 까다롭고 자신이 받을 파이트머니는 물론 흥행 수입까지 고려한다. 모든 일을 철저하게 계산하는 그는 절대로 '손해'보는 짓은 피한다. 운동 선수이기도 하지만 메이웨더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메이웨더는 여라 가지 조건을 내세워가며 파퀴아오와의 승부를 피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파퀴아오의 전성기가 지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치고 빠지는 스타일의 아웃복서와 비교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인파이터들의 수명은 짧다. 제아무리 천하의 파퀴아오라 할지라도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는 예전과 같은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잃었다.

실제로 파퀴아오의 파워는 티모시 브레들리와 후안 마르케즈에 연패를 당한 뒤 한풀 꺾였다. 이후 3차례의 경기를 모두 승리했지만 KO승은 없었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와 정면으로 붙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철저하게 치고 빠진 뒤 숄더 롤과 클린치를 활용해야 파퀴아오의 '소나기 펀치'를 피한다는 방법도 숙지했다.

메이웨더는 쇼타임 측과 계약한 경기가 단 한 개만 남았다. 이 경기를 이길 경우 그는 49전 무패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록키 마르시아노가 세운 기념비적인 49전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웨더가 과연 '안전'과 '모험'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게 될까.

복서이기 전에 이미 능숙한 사업가가 된 메이웨더는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파퀴아오를 제압했다. '세기의 대결'로 불린 이 매치업은 두 선수의 졸전으로 막을 내렸다. 메이웨더는 비난하기에 앞서 그의 페이스에 쉽게 말려든 파퀴아오에게도 책임이 있다. 많은 이들은 판정으로 가더라도 두 선수의 기량이 최고치로 발휘된 '재미있는 경기'를 원했다. 그러나 수면제 같은 시간이 흐르며 많은 이들은 허탈해했다.

메이웨더는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안티 팬들도 많다. 늘 화끈한 경기 스타일은 피하고 안전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아웃복서인 그의 스타일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거액의 파이트머니가 걸린 파퀴아오와의 경기에서 진 치게 '승리'에만 집착한 점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메이웨더는 복싱 역사에 남을만한 테크니션이다. 파퀴아오와의 경기로 인해 그의 기량이 과소 평가받는 것은 부당하다. 복싱의 전성기였던 70~80년대의 프로 복서들은 경기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순수한 스포츠 정신이 비즈니스로 인해 퇴색한 현 시대는 다르다. 메이웨더는 '과거의 복서'가 아닌 '현 시대'의 복서다.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 그의 습관은 이번 경기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이 경기로 인해 복싱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종합격투기(MMA)로 인해 점점 변방으로 밀리고 있는 복싱은 예전과 비교해 '빅 매치'가 드물다. 스타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이벤트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매치가 암울한 상황에 있는 복싱을 부활시켜줄 전환점이 되길 원했다. 그러나 승리에 집착한 두 선수의 안이한 경기로 인해 복싱의 부활은 고개를 숙였다.

메이웨더는 분명 복싱 역사에 남을 만한 테크니션이다. 그러나 복싱 팬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을 '전설'이 될지는 미지수다. 메이웨더와 대적할만한 수준급의 복서가 드물었다는 점도 문제다. 만약 메이웨더가 페뷸러스 4(마빈 헤글러 슈거레이 레너드 토마스 헌즈 로베르토 듀란)와 동시대에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까.

[사진1]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 Gettyimages

[사진2]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왼쪽) 매니 파퀴아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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