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화, 윤희상 따귀 때린 숨은 사연

2015. 5. 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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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도대체 뭐라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히 할 것은 있는데 제가 먼저 그런 건 아니에요"

SK 주장인 조동화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지난 4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 당시를 회상하면서다. 발단은 이날 선발 투수였던 윤희상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윤희상이 경기 중 대뜸 조동화에게 다가가 "형, 저 정신 차리게 따귀 좀 때려주세요"라고 했던 것.

윤희상은 이날 몸이 무거웠다. 초반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음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구속도 잘 나오지 않았고 스트라이크존에서 공이 살짝 살짝 빠졌다. 표정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윤희상은 따귀를 맞고서라도 잡념을 없애고 싶었던 것. 하지만 갑작스러운 요청에 조동화도 난감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액션'이라고 해도 아끼는 후배의 뺨을 때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거듭되는 윤희상의 요청에 조동화는 결국 손을 들었다. 스스로도 "내가 도대체 뭘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배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한 조동화는 눈물을 머금고 따귀를 때렸다. 하지만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결국 두 차례의 시도 끝에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제대로 된 일격(?)이 들어갔다. 오히려 때린 사람이 미안해지는 상황. 그래도 윤희상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조동화의 따귀는 도움이 됐다. 윤희상은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인 상황에서도 5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내고 승리를 챙겼다. 윤희상에게도 소중한 승리였지만 팀의 연패를 끊었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었다. 윤희상은 경기 후 "맞은 게 도움이 됐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조동화도 "거참"이라는 말을 흐리며 당시를 회상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썩 내키지 않는 일인 듯 했다.

단순한 에피소드같아 보이지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윤희상의 엄청난 승부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팀의 승리를 위해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았다. 김용희 감독은 당시 윤희상의 투구를 기억하며 "정말 악을 쓰면서 던지더라"라고 안쓰러워했지만 팀의 연패를 끊어낸 우완 에이스에 대해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불운으로 사실상 시즌 전체를 날린 윤희상은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서서히 악령에서 탈출하고 있다.

조동화의 팀 내 신임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선수단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조동화는 후배들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인물이다. 다가서기 어려울 '군번'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따끔하게 조언을 하며 마음을 다잡게 하기 때문이다. 윤희상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조동화를 찾았다. 윤희상의 승부욕, 조동화가 가지고 있는 숨은 가치가 SK의 1승을 합작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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