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뉴 2년 차, 허물어진 맨체스터 2강 체제

임기환 입력 2015. 5. 4. 11:23 수정 2015. 5. 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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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세 경기를 앞두고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첼시는 지난 3일 밤 9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킥오프된 2014-2015 EPL 35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서 전반 44분 터진 에당 아자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첼시는 이 승리로 다섯 시즌 만에 EP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첼시의 마지막 우승은 2009-2010시즌이었다.

▲ 모리뉴 2년 차 법칙

모리뉴 감독이 첼시 복귀 2년 차에 이룬 쾌거다. 모리뉴 감독의 팀들은 2년 차에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모리뉴란 이름을 세계에 알린 포르투(포르투갈) 시절부터 이 법칙은 어김없이 통용됐다. 2001-2002시즌 도중 포르투 지휘봉을 잡은 모리뉴 감독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인 2002-2003시즌을 거쳐 실질적 2년 차가 된 2003-2004시즌에 포르투의 리그 2연패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달성했다. 포르투가 자랑하는 황금 다이아몬드(데쿠-마니시-코스티냐-멘데스)는 모리뉴 감독 체제 포르투의 핵심 동력이었다.

이 법칙은 잉글랜드에서도 이어졌다. 2004년 여름에 첼시 지휘봉을 잡은 모리뉴 감독은 2005-2006시즌에 첼시 역사상 최초의 리그 2연패 대업을 이룩했다. 마켈렐레-에시앙-램파드가 이루는 역삼각형 중원이 뒤를 받치고 로번·조 콜의 빠른 발과 기술을 활용해 드로그바와 크레스포가 매듭짓는 첼시는 단단함과 스피드를 두루 갖춘 팀이었다.

45년 만에 인터 밀란에 빅 이어(UCL 우승컵)를 안긴 이도 모리뉴 감독이다. 이 역시 인터 밀란 부임 2년 차인 2009-2010시즌에 이룬 업적이다. 인터 밀란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도 이 시기에 달성했다. 루시우-마테라치-사무엘-코르도바 등 센터백의 면면이 대단히 좋았고, 마이콘이 최전성기를 달리던 시기였다. 스탄코비치-캄비아소-사네티로 짜인 트리보테의 호위를 받은 스네이더르가 원 플레이메이커로서 위용을 떨쳤다. 다소 약해 보였던 최전방 무게감을 2선 이하의 두께감으로 보완했던 시기다.커리어 두 번째 빅 이어를 들어 올린 모리뉴 감독이 세계 최고의 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레알 부임 첫 해 국왕컵을 들어 올린 모리뉴 감독은 2년 차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역사상 최초로 승점 100점 우승을 일궈냈다. 모리뉴 감독 개인 최고 승률(71.91%) 기록도 이 시기에 세웠다. 비록 레알의 라 데시가(UCL 10회 우승) 숙원을 풀진 못했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성과였다.

그리고 모리뉴 감독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부름을 받고 2013년 여름, 다시 친정팀 첼시로 돌아왔다. EPL 복귀 첫 시즌을 리그 3위로 마친 모리뉴 감독의 첼시는 2년 차에 더욱 강해진 면모로 돌아왔다. 리그 초반부터 압도적 전력으로 승점을 쌓더니 중반부 이후부터는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난관을 헤쳤다. 코스타·레미·드로그바 등 공격수들이 줄줄이 부상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아자르·오스카·윌리안 등 2선 공격수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공백을 메웠다. 첼시는 UCL 16강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발목을 잡혔지만, 모리뉴 감독 부임 2년 차에 더블(리그 및 리그컵 우승)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 맨체스터 2강 헤게모니 깨다

사령탑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히딩크-안첼로티-그랜트-디 마테오-베니테스 체제가 이어졌다. 이 시기에 첼시는 FA컵에서 세 차례 우승하고 UCL과 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연거푸 차지하는 등 컵 대회에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모리뉴 감독이 떠난 EPL판은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장악했다. 퍼거슨 감독이 이끈 맨유는 2006-2007시즌부터 리그 3연패를 이룩했다. 첼시는 '우승 청부사'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해 2009-2010시즌 4년 만에 리그 우승을 포함해 FA컵 및 커뮤니티 우승을 차지하는 등 다시 황금기를 맞이하는가 싶었다. 그러으,안첼로티 감독은 두 시즌 만에 팀을 떠났고, 체제는 또 한 번 바뀌었다.

이후의 EPL은 1강 체제가 종식되고 맨체스터 형제의 2강 구도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0-2011시즌 맨유의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네 시즌 동안 맨체스터 두 팀이 EPL 우승컵을 해마다 나눠 가졌다. 퍼거슨 체제 말미 레임덕 현상으로 맨유의 세가 약해진 틈을 타 맨시티가 치고 올라온 것이다. 맨시티는 만수르 구단주의 머니 파워를 등에 업고 EPL의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첼시는 우승은커녕 준우승도 버거웠다. 첼시는 2000년대 중·후반의 짧은 영광을 뒤로 하고 UCL 진출권인 3~4위권으로 밀려나며 쇠락해 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첼시의 침체를 두고 보지 않았다. 첼시를 가장 잘 알고, 첼시가 가장 잘 아는 모리뉴 감독을 약 6년 만에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모리뉴 감독은 그 사이에 8개의 우승컵을 수집했고, 그 누구보다 우승하는 법을 잘 아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 사령탑이 되어 있었다. EPL 첫 시즌에 스쿼드를 개혁하고 조련한 모리뉴 감독은 2년 차가 된 이번 시즌 다섯 시즌 만에 첼시에 리그 우승컵을 선물했다.

첼시의 우승으로 EPL 우승 판도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2000년대의 절대 강자였던 맨유와 신흥 강호 맨시티가 동반으로 쇠락기를 맞았고, 최근 2년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한 아스널이 한 단계 성장하며 내년 시즌 희망을 알렸다. 여기에 첼시가 왕좌에 복귀했다. 첼시의 이번 우승이 모리뉴 제국 부활의 서막일지, 일시적 이벤트일지는 다음 시즌이 끝나면 좀 더 명확해질 듯하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사진=ⓒgettyImages멀티비츠(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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