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도 호흡이 맞아야..세기의 대결 망친 '안전제일' 아웃복싱

고준일 기자 2015. 5. 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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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의 테크닉은 현존 최강이었다. 유일한 라이벌 매니 파퀴아오(36‧필리핀)도 그렇게 두드렸지만 철옹성 같은 메이웨더의 방어벽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메이웨더는 현란한 스텝, 위빙과 더킹, 트레이드마크인 숄더롤까지 구사하며 파퀴아오의 공격을 유유히 피했다. 그리고 긴 리치를 활용한 앞손 잽과 스트레이트 펀치로 유효공격을 성공시켜나간 끝에 판정으로 승리했다.

48전 48승 무패를 기록하는 동시에 메이저 기구 챔피언 벨트를 11개째 수확하는 복싱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2000년대 최고의 복서는 '바로 나다'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메이웨더의 커리어는 최고이자 완벽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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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재미가 없었다는 말. 현존 최강 복서가 벌이는 세기의 대결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가 실망한 이들이 태반이다.

거의 모든 비난은 메이웨더에게 일방적으로 쏟아졌다. 승부를 재미없게 만든 장본인이 메이웨더라는 것. 경기에서 메이웨더는 소극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KO보다는 포인트 우위에 포커스를 맞춘 듯 했다. 시종일관 전진스텝을 밟으며 압박한 파퀴아오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만약 메이웨더 역시 같은 스타일이었다면 경기는 매우 치열했을 것이다.

초반 메이웨더가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때만 해도 명승부 기대를 하게 했으나 시간이 흘러 파퀴아오가 경기에 완전히 적응, 보다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메이웨더의 안전제일 아웃복싱은 더 두드러졌다.

12라운드,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 라운드만 뜨거웠더라도 반응은 이렇게 냉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모든 것을 불태워주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끝까지 뒤로하고, 12라운드 들어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포인트 위주의 운영을 했다. 자신이 앞서고 있다고 확신했는지 지키기를 작정한 듯했다.

모든 선수들에겐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파퀴아오처럼 폭격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가 있는가 하면, 메이웨더처럼 방어 위주로 운영하다가 기습적인 공격이나 카운터를 노리는 아웃복싱에 특화된 선수도 있다. 이번 경기가 괜히 창과 방패의 대결이 아니었다.

메이웨더에게 유독 화살이 많이 돌아간 결정적인 이유는 스타일보다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메이웨더의 스타일이 라이트팬까지 사로잡을 정도로 대중적인 매력을 지니진 않았지만, 그런 아웃복싱으로도 얼마든지 팬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 화려하고 기술적인 아웃파이팅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라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무하마드 알리가 그랬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상대를 쓰러트리기보다 이기는 경기를 펼쳤다. 물론 그것도 경기의 일부라지만,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무게감 있는 대결에서 그런 경기가 펼쳐졌다는 게 문제다. 파퀴아오는 계속 전진했지만 탱고도 호흡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이날 메이웨더의 모습은 분명 챔피언답지 않았다. 과거 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크 타이슨이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유는 그만큼 감동이 있거나 재미가 보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슨의 경기는 늘 1라운드 KO승부가 예상돼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체급 챔피언이라지만, 카리스마는 명성에 비해 크게 부족했다.

사진: WBA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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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일 기자 junil.k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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