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졌다" 정근우, 반성의 나머지 훈련

2015. 5. 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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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나 때문에 졌으니까…".

한화 내야수 정근우(33)에게 지난 3일 대전 롯데전은 악몽 같은 경기였다. 1회 시작부터 수비에서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며 토스 받은 공을 그만 놓쳐버렸다. 정근우답지 않은 어이없는 실책. 이 플레이로 위기를 맞은 선발 유창식은 강민호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 1회도 못 버티며 5실점으로 무너졌다.

설상가상 2회 1사 만루에서는 유격수 앞 땅볼로 6-4-3 병살타가 돼 득점 찬스를 무산시켰다. 1루로 질주하는 발걸음마저 무거워 보였다. 공수주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오죽 화가 치밀었는지 헬멧을 집어던지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결국 한화는 롯데에 3-6으로 패하며 3연승이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10분의 시간이 흐른 뒤 정근우는 유격수 강경학과 함께 김성근 감독에게 직접 수비 펑고 훈련을 받아야 했다. 관중들이 경기장에 다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펑고 배트를 들고 정근우를 속된 말로 '굴렸다'. 시즌 전 온종일 펑고 훈련을 받는 캠프를 떠올리게 했다. 지옥의 훈련이었다.

정근우는 강경학과 번갈아 김 감독의 펑고를 쉴 새 없이 받아냈다. 모자가 벗겨지고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약 40분 동안 펑고를 받은 뒤 녹초가 돼 쓰러졌다. 김 감독은 250여개의 공이 담긴 한 박스 분량의 공을 전부 펑고로 썼다. 최근 수비감각이 떨어진 정근우에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굳이 말하지는 않아도 정근우 스스로가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 바로 수비다. 그는 "타격은 이제 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서 괜찮을 것 같은데 수비가 문제다. (부상으로) 연습량이 부족했고, 나 스스로 아직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월 중순 고치 캠프 연습 경기 중 턱을 다친 뒤로 재활을 하는 바람에 겨우내 훈련량이 많이 모자란 상태다.

그는 "턱을 다친 뒤 러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배가 조금 나왔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살을 빼고, 수비에서 실전 감각을 키워야 한다. 연습을 조금 더 많이 해서 수비를 완벽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려대로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고, 스스로도 필요성을 느낀 강도 높은 수비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장면은 수비훈련을 마친 뒤였다. 김성근 감독은 수비훈련만 하고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펑고를 마친 정근우는 옷을 갈아입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배트를 들고 다시 그라운드에 나왔다. 자진해서 특타까지 나머지 훈련으로 소화한 것이다. 김 감독에게 직접 타격 자세를 묻고, 김광수 수석코치의 도움을 받아서 토스 배팅을 쉴 새 없이 때려냈다.

경기가 오후 5시47분에 끝났는데 정근우는 8시쯤에야 나머지 훈련을 끝냈다. 그는 특타를 자청한 이유에 대해 "못 치기 때문이다. 수비는 수비고, 방망이는 방망이다"며 "나 때문에 팀이 경기를 졌다. 훈련을 하는 게 당연하다. 예전 SK에 있을 때도 감독님과 나머지 훈련을 많이 해봤다. 지금 당장 힘들어도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고 속내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정근우는 모든 훈련을 마친 뒤 장비들을 정리하면서도 혼잣말로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경기 졌다"며 끊임없이 반성하고 자책했다. 아직은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며 마음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악바리' 정근우라면 시련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waw@osen.co.kr<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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