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환차손 구간 진입한 외국인 자금, 이젠 이탈하나

2015. 5. 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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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차익이 외자 유입의 최대 변수 외환시장 변동성 관리에 치중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증시 하면 뭐가 생각나느냐’고 물으면 10명 중 8명은 ‘윔블던 효과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답한다. 윔블던 효과란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 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증시에서 한국인보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안에 ‘코스피지수 2700선 도달도 가능하다’는 낙관론까지 나오던 국내 증시가 지난달 29일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주춤거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주가 상승을 견인한 외국인 자금의 유입세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시장 참여자의 관심이 외국인 자금 향방에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정국의 외국인 자금 유입 여부는 두 경우로 나눠봐야 한다. 실물과 금융 간 연계가 강할 때는 경제 기초여건이 건전하고 증시가 저평가돼 있으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다. 하지만 실물과 금융 간 연계가 약할 때는 두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금리차와 환차익만을 겨냥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유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정책적으로 미국 Fed의 양적 완화에 이어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지속되고 있고, 3월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증시 주변 자금은 은행과 채권, 그리고 부분적으로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몰려 역대 최대 수준에 가깝다.

국제 간 자금흐름에 가장 큰 변수인 세계 경제는 아직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낙관적으로 예측됐던 미국 경제 성장률은 근린궁핍(beggar-thy-neighbor)적 성격이 짙은 강(强)달러의 부담으로 1분기에 0.2%로 추락했다. 작년 3분기 5%, 4분기 2.2%에 이은 가파른 둔화세다.

일부 경기선행지표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 경제도 아직까지는 침체 혹은 저성장 국면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도 올해 1분기에는 7%로 한 단계 더 떨어졌다. 4월 수정 전망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연초 3.4%에서 3.1%로 비교적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주가수익비율(PER) 등과 같은 증시 평가 지표는 국제 간 자금흐름에 큰 의미는 없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 자율적으로 위기 극복이 어렵자 각국 중앙은행은 주가를 경제 기초여건이나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의도적으로 끌어올려 경기 회복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 등을 추진한 국가의 PER이 추진하지 않는 한국보다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남아 있는 두 변수 ‘금리차’와 ‘환차익’ 중 어느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각국의 통화 가치를 감안한 ‘피셔(Irving Fisher)의 국제 간 자금이동이론(m=rd-(re+e), m:자금 유입 규모, rd:투자 대상국 수익률, re:차입국 금리, e:환율 변동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피셔의 이론에 따르면 투자 대상국의 수익률이 통화 가치를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으면 투자, 즉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이제 시장금리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각국 간 금리 스프레드에는 커다란 변동이 없다. 국제 간 자금흐름에 환차익 발생 여부가 최대 변수라는 의미다.

환율구조모델 수출채산성모형 경상수지균형모형 등을 통해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달러당 1080원 내외로 나온다. 신흥국 통화인 원화 환율은 적정 수준을 기준으로 상하 50원 범위대(적정 환율 범위대)에서 움직이는 것이 정상적이다. 이 범위대를 이탈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오기 때문에 환율 예측도 적정 환율 범위대 하단 밑으로 떨어지면 상승하고, 상단보다 높아지면 하락한다고 보면 무난하다.

외국인 자금 유출입 여부도 같은 방법으로 예측하면 큰 무리가 없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 수준별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을 보면 원·달러 환율 1100원 내외에서 매수 강도가 약해진다.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져 적정 수준 밑으로 내려오면 스마트 자금을 선두로 이탈하기 시작하다가 하단 밑으로 추락하면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국내 증시를 떠난다.

국내 외환시장은 굵직굵직한 현안이 많이 예정돼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과 같은 중대한 통화정책 결정 뒤에 나타나는 ‘잔물결 효과’로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잔물결 효과란 호수에 큰 돌을 던지면 한 차례 큰 파동과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자리까지 이어지는 작은 파동을 말한다.

외화 운용은 ‘평균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에 더 치중해야 한다. 국내 외환시장처럼 대외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칠 때는 원·달러 환율이 정규 분포상 평균 수준에 집중하기보다 양쪽 끝이 두터워지는 ‘팻 테일 리스크’가 발생한다. 이때 평균 수준을 사업계획 환율로 잡아 외화를 운용하다간 키코(KIKO) 사태처럼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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