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한류 뮤지컬.. 일본 현지화된 작품만 살아남았다

장지영 기자 입력 2015. 5. 4. 02:58 수정 2015. 5. 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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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도쿄의 주요극장 가운데 하나인 도쿄예술극장 플레이하우스. 일본의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도호예능과 큐브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셜록 홈즈2-블러디 게임'의 막이 올라갔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초연된 동명의 한국 창작뮤지컬 판권을 구입해 일본 버전으로 선보인 것이다. 일본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가 이타가키 교이치가 연출을 맡았으며 스타 뮤지컬 배우인 하시모토 사토시, 이치로 마키, 벳쇼 데쓰야 등이 출연했다.

일본 버전은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다 보니 어둡게 표현됐던 한국 버전과 비교해 무거움을 다소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날 만석이었던 객석은 막이 내리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작품은 5월 10일까지 도쿄에서 공연된 후 후쿠오카와 효고에서 투어가 예정돼 있다.

최근 일본에서 공연되는 한국 뮤지컬들은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그대로 옮겨와 보여주던 형태에서 '셜록 홈즈2'처럼 일본 제작사가 판권을 사서 제작하는 형태로 흐름이 바뀌고 있어 주목된다. 도호예능과 큐브는 지난해 '셜록 홈즈1-앤더슨가의 비밀'을 제작한데 이어 이번에 '셜록 홈즈2'를 올렸으며, 최근 또 다른 한국의 창작뮤지컬 '더 데빌'과 판권 계약을 진행 중이다. 뮤지컬 '셜록 홈즈' 시리즈를 만든 레히가 제작을 앞둔 '셜록 홈즈3-셜록과 루팡' 판권도 구입할 예정이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도 2008년 도호에서 일본 버전으로 처음 공연된 후 2년에 한 번 꼴로 리바이벌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2년 일본 버전으로 처음 선보였던 뮤지컬 '빨래'는 지난 2월 도쿄 공연을 포함해 10개 도시 투어를 마쳤으며, 앞으로 나고야 등 8개 도시에서 투어가 예정돼 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연출한 버라이어티쇼 '미스터쇼'는 지난달 22∼26일 도쿄에서 공연을 마친 뒤 일본의 방송사 TBS 등과 판권 계약을 마쳤다. 충무아트홀도 지난해 제작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판권 계약을 거의 마무리 짓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한류 뮤지컬'은 2010년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가 출연한 뮤지컬 '모차르트'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전속 계약 분쟁을 겪느라 방송이나 콘서트에서 볼 수 없었던 김준수가 무대에 나오자 일본 팬들이 앞다퉈 '모차르트'를 보러 서울에 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뮤지컬 제작사들은 K팝 스타나 한류 배우를 경쟁적으로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 이후 한류 뮤지컬이 새롭게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 일본 공연계는 일본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던 한국 공연계와 손을 잡았다. 먼저 2011년 일본의 영화 및 가부키 제작사로 유명한 쇼치쿠가 한국 뮤지컬 '궁'과 '미녀는 괴로워' 등 2편을 선보였다. 2012년에는 일본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이 7편으로 증가했다. 이어 일본의 대형 엔터테인먼트기업 아뮤즈는 전용극장을 만들고 한국 뮤지컬들을 1년간 계속 공연하기로 결정했다. 한류 뮤지컬의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다. 실제로 2013년에는 일본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이 무려 18편까지 증가했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한국 버전을 그대로 선보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류 스타가 나오지 않는 작품들의 잇단 흥행 실패, 지나치게 높은 티켓 가격, 도를 넘은 스타 마케팅 등이 문제가 되면서 일본에서 한류 뮤지컬의 거품도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뮤지컬을 9편 연속으로 선보였던 아뮤즈의 프로젝트가 대규모 적자가 끝나고 수익을 내지 못한 한국 제작사들이 증가한데 이어 한일 관계까지 나빠지면서 한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국 2014년 일본에서 진출한 한국 뮤지컬은 10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됐다.

뮤지컬 '셜록 홈즈' 시리즈를 만든 연출가 노우성은 "스타 마케팅에 전적으로 기댔던 한류 뮤지컬의 거품이 빠지면서 이제야말로 작품의 완성도를 가지고 일본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면서 "일본 제작사들이 판권을 사서 제작하는 방식의 경우 일본 관객의 취향을 고려해 작품을 손볼 수 있고 일찍부터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지난 3∼4년간 한국 뮤지컬계를 사로잡았던 한류 뮤지컬 열풍은 거품이 빠지면서 안정화 시대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한류 뮤지컬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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