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술판·싸움 .. 어린이는 못 가는 동네 어린이공원

채승기.임지수.김나한 2015. 5. 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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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가 공원 노숙인이 점령경찰·구청 서로 관리 책임 떠넘겨"단속·복지 나누지 말고 협조해야"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화동의 ‘봉화 어린이공원’에서 노숙인들이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이들은 “갈 곳은 없고 노숙인 쉼터는 규율이 너무 엄격해 공원으로 오곤 한다”고 말했다. [임지수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서울 중랑구 중화동의 ‘봉화 어린이공원’. 826㎡(약 250평) 규모의 공원 곳곳엔 버려진 막걸리병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파리떼가 들끓었고 악취도 심했다. 공원 한편에서 얼굴이 불콰해진 노숙인 10여 명이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어린이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는 미끄럼틀 등 철거된 놀이기구의 흔적만 보였다. 그나마 남아 있는 간이 운동기구엔 녹이 슬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다른 노숙인과 시비가 붙은 노숙인 권모(57)씨가 소주병을 깨뜨렸다. 한 남성이 깨진 유리조각 위로 넘어져 손에 피를 흘리기도 했다.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A어린이집 원장 이규은(64·여)씨는 “아이들이 오가는 낮 시간대에 술에 취해 주정하는 어른이 많다”며 “1분 거리의 공원에 도저히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없어 어린이집 내 좁은 마당에 간이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근 마트 주인 김모(36·여)씨는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차라리 공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랑경찰서 측은 “공원에서 폭력·변사 등 노숙인 관련 사건이 너무 많아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중화지구대엔 하루 평균 20건 이상의 노숙인 관련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봉화 어린이공원은 지역주민과 어린이를 위한 시설로 1975년 개장한 뒤 2008년 리모델링했다. 그러나 노숙인들이 공원에 모여들면서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사라진 지 오래다. 중랑구청에서 4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올 7월 공원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지만 특별한 노숙자 대책이 없어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화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대형 화단도 만들고 뽀로로 같은 캐릭터를 이용해 공원을 조성하는 등 어린아이와 지역주민 유입을 늘려 자연스레 노숙인이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구청의 계획안은 기존 공원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창천 어린이공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입구부터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술을 마시던 노숙인이 공원에 있던 고등학생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다. 주민 유서윤(46)씨는 “노숙인들 때문에 아이들은커녕 주민들도 공원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우각산 공원’ 역시 벤치에서 노숙인들의 술판이 벌어진 가운데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공원 청소담당 김모(65·여)씨는 “노숙인들 주위에서 청소하다 폭행을 당해 한 달간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원이 방치되는 이유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행패를 부리는 노숙인을 관리·감시하는 건 경찰 몫”이라면서도 “구청 측에 노숙인을 인계해 재활센터에 보내거나 상담하도록 부탁하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어서 모른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찰이 열심히 순찰을 돌며 노숙인을 인계해도 사후 처리가 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경찰이 노숙인 인계를 잘 안 하는 편”이라고 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경찰과 구청이 각각 처벌 중심, 복지 중심으로 기능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낡은 패러다임”이라며 “지역문제를 가장 잘 아는 경찰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필요에 따라 행정부서들이 협력하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채승기·임지수·김나한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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