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패배 10분 후 '지옥의 펑고훈련'

2015. 5. 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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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다시 오키나와 가야겠어".

한화 김성근 감독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전날 실책 4개에 대해 "다시 오키나와 가야겠다. 수비가 허술하다"고 웃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오키나와 캠프 때처럼 지옥의 수비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3일 롯데전을 3-6으로 패하자 김 감독은 진짜로 펑고 배트를 집어 들었다.

경기가 종료된 시각은 오후 5시47분. 그로부터 10분이 지난 5시57분에 내야수 정근우와 강경학이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훈련 보조 스태프들도 하나둘씩 나타나 공이 든 박스를 옮기며 장비를 분주하게 세팅했다. 뒤이어 모자를 벗은 김성근 감독이 배팅 장갑을 끼고 모습을 드러냈다.

정근우는 2루수, 강경학은 유격수 위치에 섰다. 김 감독은 좌우로 숨 돌릴 틈 없이 펑고를 치기 시작했다. 아직 관중들도 다 빠져나가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 광경을 지켜본 팬들은 경기 패배에도 불구하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뭔가 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직접 수비 동작을 취해가며 두 선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펑고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기 시작했고, 정근우와 강경학도 모자를 벗어던진 채 몸을 날리며 펑고에 집중했다. 마치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 캠프를 연상시켰다. 강도 높은 펑고에 두 선수는 악에 받힌 듯 비명을 질렀다.

이날 한화는 2개의 실책을 록했다. 특히 1회 나온 실책이 뼈아팠다. 1회 강민호에게 결승 만루 홈런을 허용하기 전 1사 1루에서 황재균의 유격수 땅볼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공을 잡은 유격수 강경학의 토스를 2루수 정근우가 놓치는 실책을 범하며 1사 1·2루 위기로 번진 것이다. 그 이후 최준석의 볼넷으로 만루가 돼 강민호의 홈런이 터졌다.

선발 유창식이 1회 5실점으로 내려가면서 이 실책은 결정적인 패인이 됐고, 이 장면을 잊지 않은 김 감독이 결국 펑고 배트를 들었다. 시즌 개막 후 경기를 마치고 펑고를 친 건 처음이었다. 특히 최근 2루수 정근우가 겨우내 턱 부상에 훈련량 부족으로 수비 감각이 떨어져있는 상황이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관중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도 김 감독은 그들에게 쉴 새 없이 펑고를 날렸다. 한 박스 분량의 약 250개 공을 소모한 뒤에야 지옥의 펑고는 끝났다. 전광판 시계는 18시35분. 정근우와 강경학은 지친 몸을 이끌고 라커로 들어갔지만,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 남아 타자들의 타격 지도를 이어갔다.

최고참 조인성을 필두로 김태완 이성열 김회성이 3개의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정근우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번에는 배트를 들고 나왔다. 김광수 수석코치가 올려주는 토스 배팅을 쉼없이 쳤다. 시즌 중이지만 한화의 훈련은 멈추지 않는다. 패배한 날이면 더욱 독하게 매달린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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