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입원 1년] 이재용의 新경영, 키워드는 '실용'

조귀동 기자 입력 2015. 5. 3. 16:03 수정 2015. 5. 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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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책임진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인사, 조직 등에서 그룹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이 부회장만의 '실용'을 강조하는 경영이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1년간 삼성 그룹 경영에 눈에 띄는 점은 다음과 같다. ▲기업 인수·합병(M&A) 및 매각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대한 집중력 강화 ▲B2B 사업 비중 확대 및 다른 글로벌 기업과 협업 확대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 ▲'소탈한 차기 총수'의 모습 등이다.

◆'한국의 GE' 꿈꾸나

이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M&A를 적극적인 기업 경영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삼성은 90년대 중반 미국 컴퓨터 업체 AST 등 해외 기업 M&A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고 15년이 넘도록 M&A를 기피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해 5월 이후 유망한 IT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갤럭시S6에 탑재된 모바일 경제 서비스 '삼성 페이'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루프페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회사 스마트싱스와 같이 인수 후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회사들도 여럿이다.

거꾸로 비핵심사업이라 판단되면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화에 넘기기로 한 석유화학, 방위산업 부문 4개사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적자 기업이 아니었다. 삼성은 그동안 모든 계열사를 하나의 '선단(船團)'으로 묶고 '예외 없는 제일(第一)주의'를 표방해왔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뒤떨어지는 비핵심 분야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나머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경영 방침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과감하게 인수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지체없이 정리하는 GE 등 미국식 기업들의 전략을 따라간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이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강화한 것도 GE 등 선진국 기업들을 벤치마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상업용 디스플레이(디지털사이니지) 전문기업 예스코, 미국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 프린팅 솔루션 업체 캐나다 프린터온·브라질 심프레스 등 B2B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톰슨 로이터, 시스코, 오라클 등 세계 최고의 기업 간 거래(B2B) 업체 CEO들을 만나면서 잇달아 '플랫폼'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판매량과 이익률을 한번에 높이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미국 등에 넣었을 때, 이 부회장이 직접 맞소송을 제기해 전면전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특허 사용료 재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현장 행보 강화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도 강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S6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기 공장을 방문해 부품 양산 상황을 보고받았다. 출시 이후에는 미국 등을 방문해 현지 통신사,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며 '세일즈'에 나섰다.

중국, 일본 등 삼성이 공을 들이는 현지 법인 출장도 잦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일본 법인 현지 방문 이후 삼성은 2003년 일본 진출 50주년을 맞아 세운 도쿄 롯본기 사옥 지분을 팔고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이다바시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해외 방문 시 일반 여객기를 주로 이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을 꼭 지켜야 하거나 다급한 상황이 아니면 되도록 전용기 이용을 자제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수행원 없이 직접 여행용 가방을 끌고 출장에 나서면서 고위 경영진 해외 출장 시 다른 임원들이 공항에 줄지어 나왔던 '의전'도 사라졌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일부 임원 회의에 참석하는 등 현안을 직접 챙기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개별 사업부장(사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화두'를 던진 뒤 전문경영인이 이를 해결하도록 방임하는 방식의 경영을 했다면, 이 부회장은 의사결정에 세밀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 장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해 주주들에게 경영전략을 소개토록 한 것도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 삼성전자 안팎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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