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망자 수도 모른다"..더 참혹한 네팔 산간 오지들

2015. 4. 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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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통신 두절..구호인력 없는 탓에 몸소 가족 도우려 귀향전쟁

교통·통신 두절…구호인력 없는 탓에 몸소 가족 도우려 귀향전쟁

(신두팔촉<네팔>=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천 명 정도 죽은 것으로 보고 있어요."

한 경찰관이 피해 실태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네팔 정부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네팔 전역의 총 사망자 집계가 4천300여명인데 설마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만 1천명이 죽는 참사가 있었을까.

경찰관이 질문을 오해했거나 과장된 추정치를 내놓았을 것으로 믿는 마음으로 취재를 계속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65㎞ 떨어진 신두팔촉 지역의 멜람치 마을.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카트만두에서 무려 3시간 30분을 달려 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진으로 신두팔촉으로 가는 왕복 2차선 도로에는 군데군데 구덩이가 패거나 낙석이 흩어져 있었다.

운전사는 줄곧 진땀을 쏟으며 줄타기하듯 조심조심 운전대를 돌렸다.

멜람치 마을은 지난 25일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진앙으로부터 100㎞ 정도 떨어져 있지만 26일 2차로 강타한 규모 6.7 여진의 진앙과는 가까운 곳이다.

경찰관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멜람치 병원을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사망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죽은 사람들은 마을에서 장례를 지내기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아요. 다친 사람들만 치료하고 있어요."

지진 때문에 병원이 24시간 완전 가동되는 터라 무척이나 지친 병원 관계자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병원에는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매일 500여 명씩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이날도 환자 10여명과 가족까지 포함한 수십명이 병원에 몰려있었다.

환자들은 병원 건물이나 시설을 아예 이용하지 못한 채 모두 마당에 매트를 깔고 눕거나 앉아있었다.

여진 때문에 건물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당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닭, 참새 같은 조류가 뒤섞여 언뜻 볼 때도 위생이 양호하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전염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렵게 병원에 오지만 치료는 간단했다.

내상을 진단할 기기는 보이지 않았다. 외상을 입은 환자에게 항생제를 주사하거나 다친 부위를 붕대로 감는 게 전부였다.

환자들은 오토바이나 트럭 뒤에 실려 병원으로 도착했다.

팔을 심하게 다친 한 60대 할머니는 새벽 4시에 근처 마을에 있는 집을 나서 오후 1시까지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중상자를 병원으로 실어 보내고 사망자를 수습하는 데 마을 사람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어 자신은 환자도 아닌 셈이라고 설명했다.

멜람치 병원에서 도저히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진 환자는 카트만두로 이송되고 있었다.

구급차가 따로 있지 않고 운용할 이송수단이 생기는 대로 실어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병원 관계자가 설명했다.

멜람치에서 10㎞ 정도 떨어진 카브레 지역에서도 심각한 피해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마을 중심부에서 도로를 따라 늘어선 상가 건물 50여 채가 지진과 함께 한꺼번에 바닥으로 폭삭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철골과 콘크리트로 세운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돌을 쌓고 흙을 바른 구식 건물들이라서 지진과 함께 돌무덤으로 돌변했다.

이 지역에 구호 자원봉사를 다녀왔다는 기네시 카르키(45·남) 씨는 "사람들이 손으로 돌을 들어내 사망자들을 건져내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시신이 돌무더기 속에 묻혀 있다"며 "조금 전에도 한 건물에서 시신 셋이 나오는 끔찍한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

네팔 정부는 전 국민이 구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전날부터 닷새 동안 공휴일을 선포했다.

오지 마을로 가는 귀향 인파를 목격할 수 있었다. 표정이 초조하고 슬픈 이들의 손에는 쌀가마니, 의류 같은 구호물자가 들려있었다.

지진이 나자 바로 카트만두에서 고향 카브레로 달려온 카르마 카마(31·남) 씨는 울분을 쏟아냈다.

고향에 구조 인력도 오지 않았고 구호품도 전달되지 않아 부상자들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실태를 소개했다.

카르마 씨는 "고향 동네가 완전히 내려앉았다"며 "우리 집에서 돌아가신 분은 없지만 형수가 두 다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모셔 드렸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한 지진 피해의 소식은 수도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피해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은 곳이 즐비하다.

멜람치, 카브레보다 더 오지에 있는 마을, 더 깊은 산촌에 자리를 잡아 교통, 통신이 두절된 곳에서는 피해 소식이 들려오기 전부터 지레 두려움을 자아내고 있다.

대지진의 진앙인 고르카와 같은 오지에서는 벌써 무서운 소식이 나오고 있다.

산사태로 50명, 100명씩 모여 사는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질 정도로 매몰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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