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찌되든..'영아수출국 탈피' 꼼수
생후 30개월가량 된 김성혁 군(3·가명)에게는 두 가족이 있다. 한쪽은 생후 한 달부터 김군을 돌보고 있는 한국의 위탁가정, 다른 한쪽은 생후 10개월 때 김군을 입양하기로 결정한 미국 가정이다.
입양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도 김군이 2년 가까이 위탁가정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해외 입양 쿼터제' 때문이다.
'영아 수출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가 해외 입양아 수를 제한하고 있어 김군은 '쿼터' 안에 드는 날만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김군 위탁모인 안유선 씨(54·가명)는 "미국에 있는 양부모는 대체 무슨 일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도 돌을 넘으면서부터 말을 시작했는데 저를 엄마라 부르며 사진 속 양부모도 엄마·아빠라 불러야 하는 것에 혼란스러워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씨는 "아이 장래를 위해 입양을 빨리 진행할 수 없느냐고 물으니 '양육을 포기하려면 다른 위탁가정을 알아봐 줄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해외 입양 쿼터제를 실시해 해외로 입양될 아동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1899명에 달하던 해외 입양 아동은 2013년 236명으로 급감했다. 연도별 해외 입양 허용 수가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쿼터에 포함되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해외 입양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 복지회 관계자는 "입양 쿼터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보통 24개월 이전에 입양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2014년에는 평균 900일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복지회 관계자는 "태어난 직후 입양 대상으로 등록하면 해외 입양 제한이 풀리는 생후 6개월부터 12개월 사이에 해외의 양부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쿼터에 포함되기 위해 양쪽 가정과 아이가 1년 이상을 기다리는 셈"이라며 "그 기간에 양부모가 입양을 포기해버리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국가의 통계놀음에 애꿎은 아이와 위탁·입양 가정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쿼터 산정 기준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 입양을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 가운데 쿼터 산정 기준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양부모가 정해졌음에도 쿼터에 들지 못해 입양이 늦춰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런 일도 있느냐"며 현실을 모르는 답변을 내놨다. 문제는 해외 입양을 제한하는 대신 국내 입양을 장려한다던 정부 정책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입양 아동 역시 2006년 1332명에서 2013년에는 686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경제·사회적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버려진 아이들의 입양만 막는 것이 통계로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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