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 상류층 잡는 조연 5인방, 전투력 분석

2015. 4. 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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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표재민 기자] 갑에게 마냥 억눌리는 을은 없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절대 복종 속에서도 작은 반란을 꾀하는 소시민들을 배치해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하고 있다. 위계질서를 확 바꿀 수는 없지만 갑을 어렴풋하게라도 조종할 수 있는 을들이 존재한다. 당당하게 살고 싶지만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도 갑에게 고개를 숙이는 많은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드라마다.

# 내공 1위, 굽혀도 완전한 복종은 없다

최연희(유호정 분)의 비서인 이선숙(서정연 분), 그의 전투력은 단연 최고다. 일단 연희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자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대소사를 알고 있다. 여기에 은근히 연희를 깔보고 연희의 유아기적인 행동을 비웃으며 연희 가족에게 받는 압박감을 해소한다. 연희는 선숙 없이 할 수 있는 사회생활이 없을 정도다. 그랬던 선숙은 연희의 며느리인 서봄(고아성 분)에게 일격을 당했다. 연희를 헐뜯는 실수를 들켰고 봄이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허나 선숙이 굴욕만 당하고 있을 여자는 아니었다. 지난 27일 방송된 19회, 선숙은 봄이의 사과를 받아냈다. 똑똑한 봄이는 선숙의 상처를 보듬는 대신에 선숙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선숙 역시 연희와 봄이라는 두 상사의 마음을 모두 훔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선숙이 연희와 봄이에게 완전히 굽신거리지는 않는다.

# 갑을 꼭두각시마냥 갖고 놀 수 있다?

연희를 은근히 깔보는 비서가 선숙이라면 연희의 남편이자 제왕적 권력의 핵심인 한정호(유준상 분)의 치부를 모두 알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정호의 선대 때부터의 비서 양재화(길해연 분)이다. 정호의 선대가 정호에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이 재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화는 정호 가족의 온갖 추악한 일의 중심에 있다.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만큼 은근슬쩍 콩고물도 뒤에서 많이 챙겨먹는다. 정호의 권력을 자신의 비밀을 감추는데 사용하기도 하고(선숙이 봄이에게 꽉 잡혀있던 시기, 선숙은 재화의 비리를 이유로 봄이의 '민원'을 처리하도록 했다), 정호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마치 보육교사마냥 정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며 조언을 가장한 사전 지침을 내리기도 한다. 정호를 인형놀이하듯 주무르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재화의 힘은 막강하진 않다. 19회에서 재화는 정호에게 간섭의 선을 넘었고 일침을 당했다.

# 할 말 다하는 상남자, 사랑엔 약하다

한인상(이준 분)과 봄이의 가정 교사인 박경태(허정도 분)는 언제나 똑부러진다. 정호의 강점은 물론이고 약점을 제일 잘 알고 있어 정호에게 반항을 준비하는 인상과 봄이의 든든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물론 섣부른 반란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며 냉철하게 조언을 한다. 상황 분석을 돕되, 조력자는 아닌 셈이다. 정호 가족의 위계질서 재편에서 언제나 한발짝 떨어진 상태로 관망했다. 인상과 봄이가 측은하긴 해도 자신의 돈줄은 정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태도 한 방이 있었다. 바로 두 사람이 정호에게 작정하고 대들자 "잘릴 각오하고 말씀드린다. 한인상, 서봄 세대는 자기 손으로 세상을 해쳐나가는 세대다. 한송은 인맥 등으로 법조계를 평정해왔지만 이제 그건 낡았다"라고 직언을 했다. 반박할 여지가 없는, 그리고 예상 못한 경태의 송곳 일침에 표정이 일그러지는 정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런 상남자 경태도 사랑하는 여자 선숙의 구애에 도망갔다가 뒤늦게 크게 후회하고 있는 순한 양이다.

# 정호의 속을 뒤집는 미꾸라지 한 마리

정호 때문에 오빠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민주영(장소연 분)은 그야말로 무적이다. 정호가 자신에게 반감이 있는 주영을 법률법인 한송으로 끌어들인 것은 일종의 보험이었다. 자신의 곁에 두며 복수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동시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 물론 주영은 정호에게 그 누구보다 필요한 존재. 자신의 오빠와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는 입도 무겁고 어떤 일이든 소리 소문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정호가 더 골치를 썩고 있는 것. 초반 정호가 맡았던 그리고 오빠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건의 허점을 파던 주영은 방법을 바꿨다. 바로 정호의 아들과 며느리인 인상과 봄이를 부추겨 정호가 만들어놓은 튼튼한 세계에 균열을 안기려고 했다. 이 작전은 현재까지 꽤나 성공적이다. 물론 주영의 모든 계략을 정호가 알고 있지만, 자녀들을 앞세우니 속수무책이다. 정호에 대한 반감, 그리고 영민한 두뇌 회전, 가장 중요한 올곧은 강단은 을들의 반란 중 가장 강력하다.

# 이 세상 가장 불쌍한 최약체

이 남자 딱하다. 호감이 있는 주영에게 입이 싸다는 구박이나 받고, 어쩌다 말을 한번 걸 요량이면 차가운 냉대가 돌아온다. 주영의 쌀쌀 맞은 행동에도 강아지마냥 주영에게 끊임 없이 질문하는 눈치 없는 남자. 바로 정호의 수행 비서 김태우(이화룡 분)다. 어떻게 보면 정호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높다. 정호가 시키는 일 이상의 일을 하지 않는다. 재화의 계략에 놀아나기도 하고, 주영에게는 무시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실수도 잦아 19회에는 대형사고도 쳤다. 정호와 정신적인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지영라(백지연 분)와 연희가 한송 건물에서 마주치게 만드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중후한 매력따위는 없어서 언제나 촐싹맞게 뛰어다니고, 다른 을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잘 파악하지 못해 그림을 망치는 구멍이 되곤 한다. 이 드라마는 견고한 듯 보이나 그 속에서 미묘한 변화가 있는 상하 관계를 다루며 을들에게도 비장의 카드를 한 장씩 주고 있다. 이 같은 반격의 순간이 이 드라마의 큰 재미다. 그런데 태우는 약해도 너무 약하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끝나기 전에 태우가 갑 혹은 을의 표정을 구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인지가 의문이 들 정도로 더욱 호감이 간다.

jmpyo@osen.co.kr

<사진>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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