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의 다른 야구] 한화 팬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행복하세요?

서지영 입력 2015. 4. 28. 08:01 수정 2015. 4. 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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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대전구장에 가면 항상 들려오는 노랫가락이 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사실, 한화가 하위권을 전전하던 시절에 이 노래를 들으면 어딘지 구슬펐습니다. 몇 해 동안 꼴찌를 밥 먹듯 하는데 '나는 행복하다'니요. 모든 것을 떠나서 온전히 '이글스'만을 아끼는 팬들의 애정을 알기에 더 슬펐습니다.

요즘 한화 인기가 상당합니다. 지난해까지 최하위였던 팀이 올 시즌에는 개막 첫 달 만에 10승(12승10패, 승률 0.545) 고지를 밟았습니다. 순위도 4위까지 뛰어 올랐고요. 김성근(73) 한화 감독이 부임한 후 선수단 안팎으로 큰 변화가 생긴 건 분명해 보입니다.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한화 팬들도 신이 났습니다. 주말만 되면 대전구장이 만원을 이룹니다. 예매 티켓은 인터넷 오픈과 동시에 동납니다. 한화 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를 목놓아 부릅니다. 4위가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한화에 죽고 산다는, 이글스 야구가 정말 좋다는 팬들께요. "뭐가 그렇게 행복하셔요?"라고요.

이영준씨

▶ 이영준(32·서포터즈 IT'S 회장)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

"한화는 지난 7~8년 동안 늘 성적이 좋지 못했어요. 그런데 김성근 감독님이 부임하신 후 첫 한 달 만에 공동 4위에 올랐어요. 지금 분위기라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희망이 있죠. 성적과 함께 전반적인 경기력도 향상됐어요. 팬들이 야구를 보는 눈 높이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경기력이 워낙 좋으니까 행복해요. 우리 팀이 지난해에는 경기 중반까지 지고 있으면 포기하는 느낌을 줬어요. 그런데 올해는 안 그래요. 오히려 뒤로 갈수록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요. 확실히 달라진 이글스를 느껴요. 작년에는 10연패를 하고도 '나는 행복합니다'를 불렀어요. 그러니 경기에서 이기는 2015시즌은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한화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생겼어요."

"권혁, 박정진 선수의 선전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뻐요. 남들은 혹사라고 하는데, 사실 선수도 뛸 수 있기 때문에 나온다고 봐요. 오승환도 50세이브를 하면 50차례 등판한 거잖아요. 날마다 나오다시피하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던질 힘이 있어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선수들에게 도움이 돼요. 권혁, 박정진 선수가 나오면 경기서 많이 이겨요. 팀은 승수를 쌓아서 좋고, 선수도 성적을 내서 서로 플러스에요. 권혁 선수가 '요즘 행복하다'고 했잖아요. 선수들의 근성을 보면 팬들도 행복해요."

최선미씨

▶ 최선미(42·IT'S 회원) "'마리한화'에 중독됐어요."

"이제는 한화가 아무리 지고 있어도 질 거라는 생각을 안해요. 역전도 부쩍 늘었고 끝내기 승리도 많아졌어요.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죠. 팬들도 이제 초반 선취점을 내줘도 언젠가 뒤집힐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러다 정말 이기면 더 신이 나고 흥분 됩니다. 2015년에는 선수들이 지고 있을 때 더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저는 성대결절이어서 지금 응원을 하면 안 돼요. 하지만 퇴근하면 저도 모르게 야구장으로 향합니다. 요즘 한화를 '마약야구'라고 하잖아요. 중독성이 있다고요. 요즘은 '마리한화'라고 불러요. 일단 한 번 야구를 보면 팬이 되고,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꼭 저 처럼요. 글쎄요.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마약보다 중독성이 더 강할 것 같아요."

"우리 팀은 작년에 꼴등을 해도 미소를 잃지 않았어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힘이 있었어요. 늘 즐겁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팬들의 말에 귀 기울였죠.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팬들도 원망 안 했어요. '그래, 내일은 이기겠지. 내년은 더 잘하겠지' 라며 더 응원했어요. 요즘은 좋은 분위기에 끈기도 생겼어요. 언젠가 권혁 선수가 등판했는데 무사 2루에 몰렸어요. 그런데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더라고요. 이러니 저희가 병원에 다니면서도 야구장 응원을 못 끊죠."

지미선씨

▶ 지미선(39·IT'S 회원) "우리 인생이 꼭 한화 야구 같아요"

"한화 야구는 꼭 우리 인생 같아요. 삶이라는 게 언제나 좋을 수 없죠.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는 거고요. 저도 그래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맞벌이를 하면서 즐거울 때 힘들 때 다 있어요. 한화는 지난해까지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이제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인생 곡선처럼 희로애락을 다 담은 야구가 바로 한화의 야구입니다."

"인생의 추억이 한화에 온전히 담겨있어요. 어릴 때는 아버지와 TV로 야구를 봤고, 대학 시절에는 남편과 연애하면서 대전구장을 왔어요. 결혼 후에는 남편과 딸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옵니다. 요즘 가족들 간에 대화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버지와 관계가 서먹해요. 저희 집도 5~6년 전에는 부녀간 대화거리가 많지 않았어요. 아빠는 일요일이면 골프 치러 나가니까요. 지금은 온 가족이 한화 야구에 푹 빠져서 대화 소재가 많아요. 저희 딸이 중학생인데 아빠와 말이 잘 통해요. 늘 시작은 한화 야구로 시작합니다. 이글스는 제게 또 가족이에요. 저희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서지영 기자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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