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13년 버틴 대기업 불법광고물에 구청 '백기'
강남구청, 광고물 불법 인정하다 몇분 심의끝에 '합법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설치된 대기업의 불법 광고물이 비판 여론 등에도 13년간 버티다가 합법화돼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동부금융그룹의 로고(CI)를 상징화한 이 광고 조형물은 2002년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테헤란로 동부금융센터 앞 공개공지에 마련됐다.
건축법상 공개공지는 도심의 쾌적한 환경과 휴식처 제공을 위한 것이므로 상업 광고물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다.
불법 광고물 설치 사실이 2011년부터 알려지면서 민원이 이어졌다. 강남구는 그동안 해당 부지의 용도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여 봐주기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공개공지가 맞다고 했다가 뒤늦게 공개공지가 아니라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을 번복한 것이다.
행정자치부 역시 해당 조형물은 광고물이 아니라고 강남구에 회신했다가 비판이 일자 불법 조형물이므로 조속히 조치하라고 말 바꾸기를 해 혼선을 빚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강남구는 해당 조형물이 불법 설치된 것이라고 인정, 2011년과 2012년에 160만원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불법 광고물에 이뤄져야 하는 행정대집행과 고발은 아직 한 차례도 없었다. 불법 시설물을 철거할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2013년에는 강남구가 갑자기 합법 광고물로 허가했다.
강남구 광고물관리심의위원회가 그해 7월 해당 조형물을 합법화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덕분이다. 심의 과정에서 광고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무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례시민연대가 28일 공개한 광고물관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진행자는 "해당 조형물은 동부그룹을 간접 광고하고 있어 순수 조형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원들은 "도시미관에 크게 저해되지 않아 보인다"며 합법화 안건을 인정했다.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행자부가 불법 의견을 낸 조형물이 단 몇 분만에 이견 없이 합법 조형물로 둔갑한 것이다.
강남구는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자체 기준을 마련, 심의를 거쳐 허가한 것이므로 절차상 하자는 없다"면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는 광고물 허가 취소, 광고물 이전, 공개공지 위치 이동 등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를 취소하면 소송이 예상되고, 공개공지를 옮기면 또 다른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어 이전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회의록을 보면 사실상 심의를 했다고 볼 수 없어 대기업 특혜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동부금융은 광고물을 철거하고 공개공지를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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