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한화'에 중독..난데없는 마약 야구?

김재현 2015. 4. 2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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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한화 야구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포스트시즌에서 한화 만날까 걱정입니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이 글을 쓴 누리꾼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 시즌·포스트 시즌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삼성 라이온스의 열성 팬이라고 한다.

그런 압도적인 팀의 팬이, 지금은 한화 이글스를 만날까 걱정이다.

올 시즌 한화는 우승 후보 1순위 팀의 팬이 두려워할 정도로 강해졌다. 만년 꼴찌 후보라는 오명을 벗고 프로야구판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화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10경기를 하면 고작 3~4경기 이길 정도의 승률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한화는 달라졌다. 시즌 개막에 앞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지옥 훈련의 성과가 눈으로 보이는 것이다.

한화는 어제(27일)까지 22경기를 치러 12승 10패를 기록했다. 승률 5할4푼5리로 전체 10개 팀 가운데 SK 와이번스와 함께 공동 4위.

한화가 22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둔 건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한화가 강해졌다는 인상을 가장 확실하게 심어준 경기는 바로 지난 주말 SK와의 3연전이었다.

한화는 2006년 5월 이후 처음으로 SK를 상대로 3연전을 모두 승리하는 스윕(싹쓸이)을 달성했다. 무려 3265일 만이다.

한 팀을 상대로 한 3연전을 모두 이긴 것도 2013년 4월 NC 다이노스전 이후 738일 만에 처음이었다.

◆'야구는 9회부터'를 실현한 한화

하지만 팬들이 흥분하는 것은 3연승이라는 결과보다 그 내용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24일 열린 SK와의 1차전에서 2 대 0으로 이기며 올 시즌 첫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특히 9회 무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3명의 타자를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권혁의 투구는 홈 구장인 대전 이글스파크에 온 팬들을 기립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화는 SK와의 2·3차전에서 모두 경기 막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5일 한화는 4 대 6으로 뒤진 9회 말 2아웃 1루 상황에서 안타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 상대 수비의 실책 1개로 3득점 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는 명언을 실감하게 하는 경기였다.

26일 경기도 이에 못지 않게 극적이었다. 4 대 3으로 앞서던 한화는 8회 초 SK의 용병 타자 앤드루 브라운에게 1점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앞서다가 동점을 허용한 팀 분위기는 크게 악화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화는 주눅 들지 않고 바로 다음 공격에서 승부를 냈다.

8회 말 한화의 권용관은 투수의 공을 맞히기 위해 배트를 던지는 센스를 발휘했다. 권용관이 던진 배트에 맞은 공은 우익수 방면 안타로 이어졌고, 이어 SK의 3루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한화는 결승점을 냈다. 무려 9년 만에 SK전 스윕을 결정하는 점수였다.

이번 3연전과 같이 한화는 경기 막판 뒷심에서 지지 않고 끈기 있는 플레이로 승리를 따내고 있다.

한화가 올 시즌 거둔 12승 가운데 절반인 6승이 역전승이며, 이 중 끝내기 승리가 세 차례나 된다.

◆마리한화에 중독되다

많은 경기를 어이없는 실책으로 상대에게 헌납했던 한화가 끈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그동안 승리에 목말랐던 한화 팬들은 크게 열광하고 있다.

팬들이 한화를 일컬어 부르는 말인 '마리한화'라는 애칭이 이 사실을 잘 대변한다. 마리한화는 쉽게 끊기 힘든 마약(마리화나)처럼 한화의 경기도 한번 보면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다는 뜻이다.

한 누리꾼은 "작년까지만 해도 타석에 들어선 한화 타자들은 베테랑을 빼고 다 긴장한 티가 났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삼성의 타자들처럼 잘 칠 것 같은 아우라가 풍긴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었다.

이렇다 보니 한화의 관중 흥행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지난 25일과 26일 SK와의 경기에서 1만3000석의 이글스파크 좌석이 매진됐다. 올 들어 12번의 홈 경기에서 3번이나 모든 입장권이 팔렸다. 작년 홈 경기 총 64경기 중 8경기만 매진된 것과 비교하면 올 시즌 흥행이 얼마나 성공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화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시청률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26일 KBSN스포츠에서 중계한 한화와 SK의 경기는 1.94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일일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앞서 열린 올 시즌 한화의 경기 중 네 차례나 시청률 2%를 넘겼다. 지난해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이 1.01%인 것을 보면, 한화 경기에 관심을 갖는 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한편 한화는 오늘(28일)부터 KIA타이거즈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또 다음달 1일부터도 롯데자이언츠와 주말 3연전이 예고돼 있어 두 팀을 상대로 연승행진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김재현기자 (hon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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