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부어 원금도 다 못 건져.. 수상한 변액보험

고찬유 김진주 입력 2015. 4. 28. 04:47 수정 2015. 4. 28. 04: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리 1% 시대 맞아 가입 늘지만

매달 사업비 명목 15%이상 떼고

위험보험료는 운용 금액서 제외

일부 장기 가입자들 마이너스 수익

회사원 A씨는 2005년 3월 가입한 변액보험을 최근 해지했다. 만 10년간 월 20만원씩 꼬박 부었지만 받은 돈은 원금(2,4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2,279만원이었다. 그는 "가입 당시 1,000이던 주가 지수가 해지할 무렵 정확히 2배 올랐는데, 주식에 50% 이상 투자한 내 상품은 왜 마이너스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내문을 살펴본 뒤에야 매달 불입액의 17.3%를 보험사가 사업비 명목으로 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약간의 사업비를 뗀다고 했지 정확한 비율을 알려주지 않았고, 사업비 부담이 줄어드는 7년 이후엔 수익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했을 뿐"이라며 "수수료가 이렇게 많은 걸 알았다면 애초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B씨는 11년간 유지해온 변액보험에 최근 추가납입을 했다가 황당한 사실들을 발견했다. 기본 납입금 외에 추가로 돈을 적립하면 사업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으나, 추가보험료에도 9%의 사업비가 붙었다. 기본 납입금에 대한 사업비는 7년간 20.82%였다가 이후 8%로 떨어졌으니, 추가납입에 대한 수수료가 더 높은 셈이다. 게다가 현재 적립비율은 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97.81%였다. 그는 "사업비 기준이 달라지기 전 가입한 상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기가 찼다"라며 "추가납입에 대한 정보 제공은커녕 11년간 원금도 회복하지 못한 상품에 가입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변액보험이 최근 기준금리 1% 시대를 맞아 다시 각광받고 있지만, 일부 장기 가입자들에게는 골칫덩어리다. 10년 넘게 납입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에 시달리는가 하면, 추가납입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복잡하고 난해한 상품 구조에 대한 설명은 뒷전으로 미룬 채 비과세 혜택과 장기 수익률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했던 보험사들의 '묻지마' 영업 행태가 뒤탈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변액보험은 '보험도 투자'라는 인식을 심어준, 말 그대로 투자 실적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질 수 있는 보험이다. 보험료 중 일부를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률만큼 돌려주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투자 분야에 따라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주식+채권)으로, 목적에 따라 종신 유니버셜 연금으로 나뉜다.

그러나 펀드가 아닌 보험인 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펀드는 위탁한 금액 전액이 투자돼 운용되는 반면, 변액보험은 위험보험료(1% 안팎), 사업비(수수료) 등이 펀드에 편입되지 않아 운용금액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기본 납입금에서 15% 이상 떼가는 사업비 부담이 상당하다. 예컨대 월 불입액이 10만원이라면 1만5,000원을 뗀 8만5,000만원만 투자용도로 쓰인다. 당장 수익이 나기 쉽지 않고, 중도해지 시 환급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업비가 줄어드는 구조라 장기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통상 7~10년 정도 유지해야 수익이 난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지만 이 기간이 지나도 원금 회복이 안 되는 보험 가입자들이 적지 않은 게 문제다.

과다한 초기 사업비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자 보험사들은 추가납입금에 대한 사업비를 대폭 깎아주거나 거의 받지 않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초기 가입자들은 이런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 10여년 전 보험을 판매한 설계사들이 남아있지 않아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추가납입을 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주변의 얘기만 듣고 추가로 보험료를 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등으로 추가납입 선택 시 보험사가 사업비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펀드의 특성을 지니는 만큼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보험사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가입자라면 추가납입 사업비가 없는 상품을 고르고, 기존 가입자라면 추가납입 기준을 잘 살펴야 한다"라며 "일단 가입한 뒤엔 적절한 타이밍에 펀드 변경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mailto:pearlkim72@hk.co.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