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에 실망.. 본때 보일 것" "그래도 이번까지만"

전혼잎 2015. 4. 28.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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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민심 르포 / 서울 관악을

"野 으레 당선될 거라 자만" 바꿔 보자 민심에 오신환 선두

정태호 정권심판론으로 막판 추격

"큰 정치인 키워야" 정동영도 뒷심

지난 27년간 야당이 독식해온 서울 관악을 분위기가 심상찮다. 호남 출신 유권자 비중이 40%에 달해 '서울 안의 호남'으로 불리는 곳이지만, 4ㆍ29 재보선 기간 중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격차일이지라도 내내 선두를 지켰다. 힘있는 여당 의원을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다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간 '진흙탕 싸움'에 대한 실망감 등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뒤섞인 결과다.

재보선 투표를 이틀 앞둔 27일 난곡동에서 만난 이영식(59ㆍ자영업)씨는 길 건너편 담장에 붙은 선거벽보를 훑어보며 "관악은 더 이상 야당이 지들 멋대로 땅따먹기 하는 곳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새누리당 후보를 뽑아 으레 당선될 거라 자만해온 야당에 본 때를 보여줄 것"이라며 "더 이상 관악 주민들을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곁에 있던 한 주민도 "무조건 자기들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저렇게 갈라져 나와서 맨날 티격태격하는 거지"라며 야권 분열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바꿔 보자'는 민심은 여당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었다. 택시기사 이범(48)씨는 "관악은 계속 민주당(옛 새정치연합)만 찍어줬는데 여전히 서울에서 제일 낙후된 지역 중 하나"라며 "이제는 힘있는 당을 찍어 바꿔보자는 생각이 번져나가고 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오 후보 캠프는 이런 기류를 감안해 '바꾸면 바뀐다'는 구호를 내걸고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선거전 초반 야권 분열을 감안해 '야권 심판론'으로 기세를 높였던 오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승기를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열세 속에서 출발했던 새정치연합은 '정권 심판론'으로 추격에 나서 지지율 격차를 좁혔지만, 아직은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정태호 후보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는 "야당이 정신차려야 한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대학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윤아(27ㆍ취업준비생)씨는 "야권 승리를 위해 2번을 찍을 생각"이라면서도 "정권교체부터 시작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새정치연합에 대해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야당 의원들의 부진한 지역구 의정활동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윤덕인(58ㆍ자영업)씨는 "경전철 난곡선만 해도 얘기가 나온 게 언제인데 아직도 별다른 진척 없이 지지부진하다"면서 "이번까지는 (새정치연합을) 뽑아주겠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다음 번에는 절대로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의 정치'를 표방한 정동영 후보 측의 막판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지역 연고가 깊은 이행자 서울시의원을 비롯한 일부 지역인사들의 지지를 끌어내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신원시장에 찬거리를 사러 나온 김윤아(35ㆍ주부)씨는 "여도 야도 싫고 제3의 '큰 정치인'을 키워서 관악을 발전시키자는 생각이 있다"며 "임기 1년 국회의원 자리에 경험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헤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정 후보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 분열을 초래한 정동영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상당했다. 관악에서만 평생을 살아왔다는 안동환(63ㆍ자영업)씨는 "뿌리 없는 나무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탈당파인 정동영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뒤 "당이 든든히 받쳐줘야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관악에서는 인물보다는 당"이라고 주장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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