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요즘엔 억대 예금 없어도 VIP 대접

박승혁 기자 2015. 4.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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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은행권, VIP 자격요건 낮춰 고객 모시기] 예치금 1000만원만 넘어도 수수료 면제·세무상담 혜택, 대기업 부장은 VIP 서비스 PB 자산관리·은퇴 상담도 일반 고객으로 대상자 확대

대기업 부장인 김정민(가명)씨는 거래 은행에서 주택대출을 상담하던 중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지난 2월만 해도 추가 대출이 안 된다고 퇴짜를 놨던 은행이 갑자기 7000만원까지 추가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4월 15일부터 대기업 부장급이면 '우수 고객'으로 대접해주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은행들이 우량고객(VIP)의 문턱을 속속 낮추고 있다. '본인 명의 순재산 10억원 이상', '연 수신 평균잔액 1억원 이상' 등으로 정해져 있던 VIP 자격요건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VIP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VIP나 PB 고객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자산관리(WM)와 은퇴설계 상담 창구도 넓어지고 있다. 초저금리로 수익 저하를 우려한 은행들이 단골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해 예금을 유치하거나 대출을 늘리고자 마련한 전략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기존 PB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자산 1억~3억원 사이의 잠재 PB고객을 확보해 훗날 PB고객으로 만들고자 하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예금 1000만원만 돼도 VIP 대접

SC 은행은 최근 대기업, 금융사, 혹은 코스피 상장기업의 부장급, 공무원 4급(서기관급) 이상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고객들을 새로 VIP군에 합류시켰다.

원래 VIP 고객이 되려면 소득이 연 1억5000만원 이상이거나 수신 평균잔액이 연간 1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등 자격요건이 까다로웠다. 새로 VIP군에 포함된 사람들은 소득증빙 없이 재직 증명만으로 VIP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들은 일반 고객과 비교해 모기지 대출금리 0.1~0.2%포인트 할인, 신용대출 0.5%포인트 할인 등의 혜택을 받고 송금 수수료와 수표 발행 수수료를 면제받는다. SC은행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지위와 소득을 보유한 고객이라면 VIP급 고객으로 인정해 고객 기반을 넓히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총예치금이 2500만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준VIP급 자산관리 상담 및 종합 뱅킹 서비스 '씨티 프라이어리티'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는 예금 1억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들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예금이 1000만원 이상인 고객들도 6개월간 은행 수수료 면제와 세무상담 서비스 등이 포함된 VIP급 '씨티골드 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반 고객에게도 은퇴·자산관리 상담 서비스 제공

예금 5억원 이상 PB 고객들에게 주로 제공됐던 자산관리나 은퇴계획 상담의 문호도 넓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산 5억원 이상인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상담 서비스 '노블 아카데미'의 참가자격 요건을 각 영업본부가 독자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최근에 지침을 바꿨다. 각 영업점은 자체적으로 관심 있는 고객 누구나 신청을 받아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률, 가업 승계, 유언신탁 등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 WM사업단 안에 일반 고객들에게도 종합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고객자문센터를 설립했다. WM사업단은 원래 평균 수신액이 3억원가량인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PB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다. 고객자문센터는 일반 고객에게도 은퇴 준비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액 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부부 은퇴 교실'의 참가 제한을 올해부터 완전히 없애고 신한은행과 거래가 없는 고객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부부 은퇴 교실은 은퇴를 앞둔 부부를 대상으로 은퇴자금 재테크 등 종합 노후 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신한은행은 올 초 지점 내 은퇴 전용 상담창구인 미래설계센터를 기존 70개에서 324개로 확장하며 예비 은퇴자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 또한 기존의 고액 자산가 중심 자산관리 서비스 '스타 테이블'을 일반 고객에게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세무, 부동산, 자산관리 등 분야별 전문가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단골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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