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노건평 형님라인, 전직 대통령 수사 않기로 밀약"

강태화 2015. 4. 2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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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측근 추부길 전 비서관 밝혀"촛불 정국 뒤 박연차 조사로 깨져노무현의 노사모 연설문도 조율성완종 사면은 곁가지에 불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인 추부길(사진)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두 사람 간 핫라인이 만들어진 건 대통령선거 전인 2007년 10월이었다”고 말했다. 추 전 비서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른바 ‘형님 라인’에서 논의된 건 특별사면뿐만이 아니다. (MB 연루설이 돌았던) BBK 사건 수사, 노 대통령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한 조율도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추 전 비서관은 “형님 라인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BBK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정권을 인수할 MB 측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거나 구속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의 밀약도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밀약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터진 광우병 쇠고기 논란에 따른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파기됐다고 추 전 비서관은 설명했다. MB 정부는 2008년 7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MB 캠프 정책기획팀장으로 둘의 자리를 주선했던 추 전 비서관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때 상황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 이른바 ‘형님 라인’이 언제부터 가동됐나.

 “(대선 중이던 2007년) 10월부터 저쪽(노건평씨)과 접촉이 시작됐다. 11월에는 채널이 본격화되면서 두 ‘형님들’이 여러 차례 직접 만났다.”

 - 매번 배석했나.

 “중요한 대목에선 자리를 피해 줬다. 두 사람이 풀어야 서로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요한 대목이란 뭔가.

 “핵심은 BBK 사건과 노 대통령 주변 수사에 대한 상호 간의 조율이었다. 두 사람의 밀약도 체결됐다. 내용은 ‘BBK 수사에 대해 청와대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정부 교체 뒤) 전직 대통령을 수사선상에 세우거나 구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당시 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의중이 반영된 건가.

 “MB가 ‘밀약에 따르겠다’고 확약하고 협상 전권을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줬다. (노건평씨를 통해) 청와대 상황도 생중계됐다. 당시 ‘BBK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이 강력 반발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오히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더라.”

 실제로 밀약은 지켜졌다. 그해 11월 16일 BBK의 김경준 대표가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뒤 구속됐지만 MB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권이 바뀐 2008년 2월 특검의 결론도 무혐의였다. MB 측도 정부 초반까지는 노 전 대통령 측을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MB는 집권 초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 형님 라인이 언제까지 가동됐나.

 “정권이 바뀐 뒤에도 노 전 대통령이 (노사모 회원들을 만나 BBK 등에 대해 진상을 밝힐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 당시) MB가 발언 내용을 조율해 달라고 요청해 노 측에 이를 전달했다.”

 - 당시 비선라인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누군가.

 “여권 내에서 4~5명에 불과하다. MB와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정도다. 정부 초기 핵심인 정두언 의원도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MB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초기 형님 라인이 전·현 정부 간 가교로서 존재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뒤에는 창구가 붕괴됐다”고 말했다. 밀약이 깨진 계기는 ‘촛불정국’ 뒤 이어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였다고 한다. 노건평씨는 구속됐고,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추 전 비서관은 “MB가 촛불시위로 위기 상태일 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약속을 어겼다”고 했다. 그는 “당시 나는 MB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선 당시) 전국 조직을 운영할 때 받은 돈을 문제 삼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도 ‘노무현을 구속시키는 데 희생양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다’고 내게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추 전 비서관은 2009년 3월 박연차 회장의 측근에게서 돈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추 전 비서관은 논란이 되는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형님 라인의 메인은 ‘핵심 수사’에 대한 의견 조율이었지 사면은 곁가지에 불과했다”며 “대의(大義)를 위해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에 대한 사면을 노건평씨에게 부탁해 성사시켰지만, 정작 나는 사면 이후 양 전 부시장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면은 형님 라인을 통한 요청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어떤 라인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사면 요구가 들어왔다고 해도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표가 사면 과정을 몰랐다는 건 100%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MB가 권력을 잡은 뒤엔 나같이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잘 안 보려고 하더라. 권력의 실체가 원래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며 “주군(MB)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동안 아무 말 않고 지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잠적할 일이 생기더라도 알려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형님들’은 침묵=추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묻자 노건평씨는 27일 “기자들과는 통화할 시간도 없고, 통화할 말도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상득 전 의원 측은 “사실이 아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명을 대고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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