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세월호 참사 1주년' 사설 비교해보기

2015. 4. 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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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상처를 치유하긴커녕 후벼파는 정부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된 날이다. 그로부터 1년, 3년, 또는 10년 식으로 햇수가 바뀌어 같은 그날을 기리는 이유는, 그에 맞춰 사건의 의미를 새롭게 기억하기 위함이다. 고통스러운 사건일 경우,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고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의지를 다지는 게 더욱 필요하다. 그날에 맞춰 행사를 하는 것은 기억의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노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들렀다. 그러나 헌화나 분향을 하지 못하고 방파제 중간에 서서 대국민 발표문을 읽는 데 그쳤다. 대통령의 일정에 걸맞은 추념 행사는 마련되지 않았다. 희생자 유족과의 만남을 포함한, 제대로 된 행사를 청와대는 처음부터 준비하지 않았다. 외국 방문을 위한 오후 출국 일정을 고정해둔 상태에서, 세월호 비극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고 체면치레를 꾀하려는 인상이 물씬 풍겼다.

이날 아침 이완구 국무총리는 경기도 안산의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희생자 유족들한테 가로막혔다. 총리는 국무위원을 대표하여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그 일정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총리 쪽은 유족들한테 일정도 미리 알리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놓지도 않았다. 대신에 정부는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경찰과 군인, 소방관, 공무원 등을 불러 모아 '국민 안전 다짐대회'라는 홍보성 행사를 열었다. 연관된 전시회에 세월호 참사 사진은 한 장도 없고, 대신 구명조끼와 잠수복, 잠수 헬멧 등을 죽 늘어놓았다고 한다. 정부의 움직임에선 세월호 1주년을 기억하겠다는 진정성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체면치레와 책임 회피, 소소한 홍보에나 관심을 두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희생자 유족 모임은 이날 오후로 잡았던 합동 추모식을 취소했다. 정부에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철회와 선체 인양 선언을 요구하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린 결정이다. 유족들이 숨진 이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1주기 추모 행사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게 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우리 사회가 참극의 교훈을 얻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1년을 맞아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것은 남은 자들의 책무다. 이를 위한 사회적 노력으로서 진정성 있는 추념 행사는 반드시 필요했다. 정부는 세월호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기억하는 데도 참으로 인색했다.

[중앙일보 사설] 세월호 1년…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세월호 1년. 이 순간 가장 참담한 것은 '통한의 반성문'밖에 쓸 게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에도 이미 무능하고, 병들어 있었다. 생명이 없는 돈을 위해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버리는 업자, 집단 이익을 챙기며 공공의 이익은 외면한 관료, 무사안일에 빠진 정부, 리더십의 부재…. 우리 사회의 도덕지수는 최악이었다. 총체적으로 무능한 국가는 비스듬히 기운 상태에서 서해안을 떠다니던 '세월호'의 침몰을 막을 수 없었고, 304명의 생명을 수장(水葬)시키고 말았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불행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외면했던 적폐(積弊)를 직시하게 됐다. 기대 이하인 국가의 실력과 수준을 목도하며, 정부·정치권·국민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장하게 '국가개조'를 약속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주문을 남겼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이 과제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을까. 본지가 세월호 1년을 맞아 실시한 '국민 안전의식'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시민 10명 중 6.5명이 '안전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수습책으로 국가조직 개편, 관피아 철폐 등 10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해경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만들어졌고, 세월호 3법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기에 전문가들이 매긴 점수는 평균 58.8점이다. 낙제점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리더십은 행정부 조직만 바꿨을 뿐, 무능과 타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눈물 속에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잊지 않겠다던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족들에게 "언제든 찾아오라"던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 됐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세월호를 이용했고, 때로는 희생자들을 적대시하며 갈등을 부추겼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며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정치인들의 경박함이 릴레이하듯 이어졌다.

형편없이 낮은 시민의식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감과 배려로 아픔을 치유하고 집단적 기억으로 승화시키려는 성숙한 의식이 부족했다. 물론 많은 자원봉사자가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도왔고, 함께 슬퍼하긴 했다. 그러나 정부의 무능과 리더십의 부재 속에 보낸 불신의 1년 동안 사회는 분열됐다. 단식하는 유족 앞에서 피자 파티를 열고, 유족을 희롱하고, 돈을 뜯어내려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비상식이 판을 쳤다. 또 일부는 증오심을 부추기는 선동에 가담했다.

우리 사회의 '공감능력'은 낮았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으로서의 정의(justice)를 '공감(sympathy)'이라고 했다. 공감은 타인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의 입장이 되어 그 감정을 자기 일처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개인의 삶에서든 공적 활동에서든 아무리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할 때라도, 공감을 바탕으로 한 도덕적 판단이 발휘돼야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희생자와 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게 진정한 시민정신이다. 지난 1년의 혼란과 갈등에는 시민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앞으로 1년 후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까. 지금 상태론 난망(難望)이다. 집권 세력은 이미 '세월호 망각'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남미 순방을 떠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미 미국으로 떠났다. 다른 관계 부처 장관들도 해외 출장이나 국회 일정 등으로 대부분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오늘 '제1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 다짐대회'라는 행사를 치른다. 경찰은 유족과 시민들이 연다는 추모집회에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미리 엄포를 놓았다. 정부가 '세월호는 이제 그만 잊으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일을 잊으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는 슬픔에 공감하고, 충분히 애도하고, 함께 치유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미래지향적 노력으로 극복하고 승화해야 하는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 우리 사회는 '세월호'에 대해 진정으로 잘못했다. 이런 잘못을 반성하고 바른길로 나아가도록 채근할 수 있는 세력은 시민이다.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통해 국가가 우리의 모든 것을 책임져줄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님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그러기에 탐욕의 절제라는 교양을 갖추고,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야 시민 없는 민주주의의 허점을 파고든 부조리와 적폐를 근본적으로 씻어낼 수 있다. 70년 전 광복과 더불어 미국에 의해 주어진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존재가 절실하다. '공짜 민주주의'로는 세월호의 비극을 멈출 수 없다. 그것이 1년 전의 참극이 우리 공동체에 던지는 엄중한 명령이다.

[논리 대 논리]한겨레 "정부, 추념행사 진정성 보였어야"…중앙 "시민정신 부족함도 드러나"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은 여전히 선명하고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날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국민 모두가 목격자의 삶을 살고 있다.

언론에서는 '그 후 1년'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겨레는 정부에 대한 유족의 불신이 쌓여 1주기 추모 행사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한 일을 다루었다. 추모는 기억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팽목항에 들렀지만 헌화나 분향도 못하고 돌아왔다. 한겨레는 최근에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유족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부가 당일의 추모행사마저 진정성 없이 치르려 했던 점을 비판하였다.

한편, 중앙은 '통한의 반성문'을 썼다. 그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중앙의 진단이다. 반성을 위해 점검한 대상은 정부, 정치권, 시민 모두다. 우선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여 희생자의 아픔을 보듬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일부 정치인들도 희생자를 적대시하면서 유족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일부 시민들에 대해서도 유족을 희롱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비판하면서 사회 분열의 책임을 물었다. 과거를 반성한 중앙은 앞으로의 대책을 주문하였다. 정부와 정치권에게는 잊으라는 강요를 멈추라 하였고, 시민들에게는 애도의 마음과 공동체를 위한 성숙한 자세를 주문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두 사설은 공통적으로 '기억'이 공감과 애도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만 잊으라'는 정부의 주문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데 필요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인간은 이성이 받아들여야 감정도 수습된다. 유족들은 왜 그러한 일이 있어났는가를 정확히 알고 싶어한다. 누군가가 밉더라도 그렇게 된 사연이 있음을 알고 나면 마음의 정리가 시작되듯,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감정은 이성의 맥락 안에서 작동한다. 사건의 진상 규명이 자꾸 지연되거나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오면 그 사건은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으로 남는다. 세월호 참사 1주년 시점에서, 상처를 후벼판다는 한겨레의 비판과 아직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중앙의 진단은 모두 적절하다. '기억의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 수습의 첫 단계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두 사설은 정부의 대처에 대한 비판은 비슷했으나 문제상황을 들여다보는 초점은 달랐다. 한겨레는 유족과 정부의 관계에 주목하였고, 중앙은 사회 전반에 걸쳐 드러난 문제점 확인에 초점을 두었다. 이것은 현안 문제를 중심으로 보느냐, 장기적인 목적을 두고 보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겨레가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및 선체 인양과 관련한 유족들의 불신에 집중하는 것도 현안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려면 지금 지나는 길목이 중요하다. 또한, 장기적인 목적을 두고 본다면 문제 상황을 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중앙은 정부의 무능 못지않게 '형편없이 낮은 시민의식'을 질타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각 주체의 책임을 두루 살펴 국가공동체의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장기적인 목적도 현안 문제의 대응도 모두 중요하다. 다만, 1주년이 된 '그날'의 특별한 의미를 염두에 둔다면 유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사건 자체의 조속한 해결에 초점을 두는 쪽이 우선순위에서 앞설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세월호 3법'으로도 불리는 세월호특별법은 사고 후 205일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11월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의 진상규명과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 국민 안전을 위한 정부 개편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유병언법)의 3가지다. 지난 3월27일, 해양수산부는 그 중 참사의 진상규명과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시행령안이 발표되자 유족은 즉각 반발하고 폐기를 요구했다. 가장 문제가 된 정부안의 내용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주요 보직에 공무원이 임명되도록 한 점이다. 해양수산부는 부처간의 업무 중복을 조정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시각이지만 유족들은 조사 대상자가 조사 주체가 되면 정확한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시행령안은 특조위의 인원을 특별법에서 정한 120명 내외가 아니라 90명으로 제한하였고, 진상규명의 대상도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과 조사'로 한정하였다. 정부는 진상규명의 속도와 효율성, 비용 등을 주요 이유로 들고 있지만, 유족과 시민사회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의 의지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해양수산부 장관은 시행령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천 도서]

통치론

존 로크 지음, 강정인·문지영 옮김

까치글방 펴냄, 2007년

존 로크에 따르면, 근대 국가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일차적 임무로 삼는다. 정부의 막강한 권력은 개인의 동의로부터 나오므로 정부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시민을 위해서만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대형 참사가 제도의 허점과 관료의 부패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위기의 국가

지그문트 바우만, 카를로 보르도니 지음, 안규남 옮김

동녘 펴냄, 2014년

현대 국가는 복잡한 내·외부 사정으로 인해 모든 위기 상황을 적절히 관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근대 국가가 권력과 정치를 모두 가진 강한 국가였던 데 비해 현대 국가에서는 권력과 정치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고 바우만은 주장한다. 현대 국가는 관리하고 조절하는 기능이 약화되어 책임은 지지 않고 힘을 행사하는 통치만 강화되었다는 진단이다. 국가공동체가 제 기능을 되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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