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메모' 다시 보니.. 왜 '허태열 7억' 첫 줄에 썼나

홍재원 기자 2015. 4. 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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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 아닌 친박' 강조한 듯

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름부터 적었을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지 내용은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불(2006.9.26日 독일 벨기에 조선일보), 이병기, 이완구'다. '가나다' 순서도 아니고, 제공한 금품 규모나 시간 순서와도 맞지 않는다. 숨지기 직전 가졌던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름의 순서와도 다르다. 고인의 의중을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메모할 때만 해도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 탄생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허태열 실장은 2007년 대선캠프 때 제가 많이 도왔다"며 "사실 그 돈(7억원) 가지고 (박근혜 캠프가)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빅매치'를 벌였다. 이때부터 성 전 회장이 박 대통령 쪽에 섰고, 상당한 액수를 선뜻 내놓을 정도로 현 정부 탄생에 오랫동안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등은 대선자금을 지원했다고 성 전 회장이 밝혔거나 대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 탄생과 밀접한 내용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유일한 비친박인사다. 성 전 회장은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해달라고 한 윤승모씨를 직접 찾아가 전달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 전 회장이 리스트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전달자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밝히는 등 결정적인 '힌트'와 함께 그의 이름을 적었을 수 있다. '부산시장'이라고만 적은 인물은 서병수 부산시장을 지칭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당무조정본부장을 지냈다.

이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이 나온다. 성 전 회장은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해 "뭐, 뭐 말하면 물러날 것"이라면서도 금품 관련 언급 등은 하지 않았다. 비위 관련 내용을 밝힐지 막판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작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은 맨 마지막에 적힌 이완구 총리였다. 성 전 회장은 이 총리가 자신에 대한 사정을 주도했다고 보고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3000만원을 건넸다는 시점도 비교적 최근(2013년 4월)이다. '따로 말할 사람'이며 '다 기억난다'는 뜻으로 맨 뒤에 이름만 붙여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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