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시끄러운 음악소리.. 잠 좀 잡시다"

김서영 기자 입력 2015. 4. 27. 21:37 수정 2015. 4. 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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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주민들 '만성 소음 고통' 직접 들어보니신촌·이대·홍대 일대 70~78㏈.. '수면장애' 기준 초과소음 민원 급증..규제 절차 명문화 안돼 행정지도 그쳐

지난 24일 오후 11시,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신촌거리는 사람들의 고함과 음악소리로 북적였다. 한 치킨집 외부 스피커에서 최신 가요가 흘러나왔다. 바로 옆 치킨집 스피커에선 걸그룹의 노래가 쉬지 않고 울려댔다. 노래가 뒤섞여 가사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골목을 지나는 취객의 웃음소리와 고함이 간간이 섞여들었다.

치킨집과 좁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임모씨(24)는 "늦은 퇴근을 하고 오면 주로 밤 시간에만 집에 있게 된다"며 "피곤해서 자려고 누우면 시끄러운 노랫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다. 창문을 열기가 괴로울 정도"라고 말했다.

늦봄의 따듯한 날씨로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가정이 늘면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번화가에 인접한 원룸,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이들의 고통이 크다. 지난 24일 밤 11~12시, 기자가 소음측정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신촌·이대·홍대 주변을 돌며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데시벨(㏈)을 나타내는 눈금이 70~78 사이를 오갔다. 환경부 기준으로 수면장애가 시작된다는 60㏈을 훌쩍 넘고, 장기간 노출되면 청각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는 80㏈에 근접한 수치다. 철로변이나 지하철에서 나는 소음도가 80㏈ 정도다.

신촌 일대는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3년째 신촌 번화가 인근 원룸에서 살고 있는 박모씨(23)는 "보통 새벽 2시까지는 거리의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집에서 공부나 과제를 하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아 학교 도서관 등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학생 류모씨(23)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잠들기가 어려워 평소에도 항상 이어폰이나 귀마개를 끼고 잔다"며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새벽에 가게들 문 닫았을 때 잠시 집에 들어와 잠만 자고 시험을 치러가곤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내 확성기 소음 관련 민원 건수는 2012년 1603건, 2013년 2189건, 2014년 277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번화가 인근 주택가를 중심으로 민원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에서 확성기 소음 민원이 많이 접수된 구 역시 강남구, 송파구, 마포구 등 주로 번화가가 밀집한 지역이었다.

특히 마포구는 소음 민원 건수가 2012년 25건에서 지난해 190건으로 7.6배 늘어 3년간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주로 상가가 밀집된 홍대입구 근처 서교동에서 확성기 소음 민원이 들어온다"며 "홍대 쪽은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소음 관련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상점에서 트는 노래, 확성기 소리 등은 '확성기 소음'에 해당돼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제 절차나 처분이 법에 명시되지 않아 행정지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청 관계자는 "확성기 소음에 관한 처벌기준이 있지만, 그 소음이 정말 그 가게에서만 나오는 소음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상점 주인을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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