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선 철인.. 아들·딸엔 '순한 양' 양동근

김경호 선임기자 2015. 4. 2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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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첫 '3번째 MVP' 모비스 양동근의 가족 이야기

▲ 서른넷… 팀내 최고참 무색하게 한국 최고 가드로 전성기 구가"자주 집 비워 애들 보면 눈물… 주인공 아빠 모습 추억 선물"아내 "남편, 매 경기 후 일지"

"전 여전히 하나 더 낳고 싶거든요, 정말로!" 울산 모비스 가드 양동근(34)의 한마디에 동갑내기 부인 김정미씨가 정색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 또 무슨 소리래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양동근 부부와의 대화는 이렇게 자녀 이야기로 시작했다.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됐을 때도 그랬고, 정규리그 MVP에 뽑혔을 때도 양동근은 상을 받는 자리에 늘 두 아이와 함께하며 아빠의 각별한 정을 듬뿍 표현했다.

프로농구 모비스 가드 양동근과 부인 김정미씨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다정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2007년 양동근이 두 번째 MVP를 받은 직후 결혼한 이들은 그새 두 아이의 부모가 됐다. 아들 진서(6), 딸 지원(4)은 훌쩍 자라 아빠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농구 잘하는 선수'라는 사실을 아는 나이가 됐다. 결혼 당시 프로 3년차 젊은 양동근은 이제 팀내 최고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또래 선수들은 이미 코트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의 흐름에도 양동근의 힘과 기량은 변하지 않았다. 2004~2005 시즌 신인왕, 2005~2006 시즌부터 2년 연속 리그 MVP에 뽑힌 양동근은 8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올해 3번째 리그 MVP를 받았다.

한국프로농구(KBL) 최초의 3번째 MVP 수상도 뜻깊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남들이 은퇴를 이야기할 즈음에 또 최고선수의 왕관을 썼다는 사실이다. 몇 경기 잘해서 받는 챔프전 MVP와 한 시즌 내내 잘 뛰어야 받을 수 있는 리그 MVP의 가치는 다르다.

결혼 후 처음이자 고참으로서 MVP를 받은 남편에 대한 김정미씨의 마음은 애틋했다. "볼 때마다 항상 울컥해요. 이번 시즌엔 정말 너무 틈이 없었잖아요. 비시즌에 조금도 못 쉬고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했고, 우승 뒤 곧바로 또 시즌이 시작됐잖아요.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고, 부상당하면 어쩌나, 경기력 떨어질 텐데 하며 많이 걱정했는데 최고의 성과를 냈잖아요. 아이들도 아빠가 상을 받는 걸 보면 되게 좋아해요."

양동근이 지난 4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진서(오른쪽), 지원(왼쪽)에게 우승컵과 챔프전 MVP 트로피를 안기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KBL 제공

양동근은 아이들과 함께한 시상식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아빠가 시상식 제일 마지막 순간에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기억하는 나이에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상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이 인생을 살면서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양동근은 그야말로 '아들·딸 바보'다. 시즌 중이나 전지훈련 기간 중에 집을 비워야 하기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면 최대한 지극히 사랑을 쏟는다. 양동근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사랑스러운 마음에, 예쁘다는 생각에…"라고 했다.

유별난 가족애는 그의 부모 양제신(65)·신영숙씨(64)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묻는 질문에 양동근은 주저없이 "우리 아버지 같은 아빠"라고 대답했다. 직업군인이던 아버지는 그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농구를 시작한 이후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였다.

양동근의 체력은 천부적이라고들 한다. 혹시 집에서는 너무 힘들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게 아닐까. 그 말에 김정미씨는 빙그레 웃었다. "정말 체력은 타고난 것 같아요. 힘든 기색은 전혀 없어요. 밖에서 인터뷰를 할 땐 잘 먹고 잘 잔다고 하는데, 사실은 잠도 많이 안 자요." 양동근의 체력은 타고난 몸에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는 웨이트 트레이닝의 결과다. 한양대 시절 지금처럼 체격이 크지 않았던 양동근은 프로 입단 후 외국인 선수들과 부딪쳐 보면서 체력 열세를 절감하고 그때부터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양동근의 성실함은 부인 김정미씨도 몰랐던 게 있을 정도다. "경기나 연습 때 꼬박꼬박 일지를 쓴다는 건 결혼하고 나중에 알았어요. 근데 엊그제 숙소에 가보고 또 깜짝 놀랐어요. 아주 깔끔히 정돈된 방이 우선 그렇고,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는 뭔가 메모가 가득해요. 그날 메모는 영어 문장 5형식이었어요."

체력 이상으로 강한 게 양동근의 정신력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더 큰 목표가 없어 다른 팀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상이나 난조에 빠졌을 때 양동근은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우리에겐 사상 최초의 리그 3연패라는 목표가 있으니 힘을 내자"라는 말을 듣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목표 의식이 있는가, 없는가 차이였을 겁니다. 저도 물론 힘들었죠."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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