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정중동' 홍명보, '기본'으로 돌아가다

풋볼리스트 입력 2015. 4. 27. 19:20 수정 2015. 4. 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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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중동' 홍명보, '기본'으로 돌아가다

[풋볼리스트=천안] 한준 기자= 지난 1년은 한국축구의 살아 있는 역사 홍명보(46)의 축구 경력에 가장 아픈 시간이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쏟아진 비난 여론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대표되어온 '영원한 리베로'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축구공은 여전히 구르고, 인생도 계속된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홍명보의 정중동(靜中動) 행보는, 조용히 계속되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두문불출해왔던 홍명보 전 감독은 지난 해 말 자선경기 개최 이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27일부터 28일 사이 천안축구센터에서 진행된 대형 수비수 육성 프로젝트 '제8차 KOREA SHIELD PROJECT(이하 K.S.P)' 행사를 위해서다. 대표팀 감독을 떠나 유망 수비수 육성으로"월드컵이 끝나고 가장 큰 변화는 대표팀을 떠난 것이다. 그 동안 축구에 관련되어 해왔던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 외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는) 이 일은 내가 늙어서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감독이라는 것은 기간이 정해진 일이다. 이제는 옆에서 우리 축구를 도와주는 입장에 있다."홍명보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홍명보장학재단을 통해 2011년부터 꾸준히 K.S.P를 진행해왔다. 매년 2회씩 진행하는 K.S.P는 대한민국의 대형수비수 부재라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로서 2011년 1~2차, 2012년 3~4차, 2013년 5~6차, 2014년 7차(브라질 월드컵 준비로 하반기에 1회만 진행), 2015년 8번째 프로젝트를 맞았다.

한국 축구의 가장 화려한 순간에 있었던 홍명보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왔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그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 한국 축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다지는 일은 홍명보가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숙원 사업이다."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 수비수의 경우 공격수나 다른 포지션을 하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미드필더 출신으로 전향한 경우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며 자라는 수비수를 육성해야 한다."홍명보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를 한 다음 시점에는 전문적 수비수 육성 필요하다"며 어린 시절부터 수비수의 움직임을 익힌 선수들을 키워야 좋은 수비수를 배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비수에게 1미터라는 거리를 잘 설정하는 것이 실점 상황에 중요하다. 1미터 앞이냐, 뒤냐에 따라 골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가 갈린다. 오랫동안 경험하고 배움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K.S.P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 K.S.P.에 참가한 U-17 대표팀의 주장인 중앙 수비수 이상민은 "기본을 많이 강조하신다. 상황에 따른 거리 두기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대표팀을 지휘하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사실 홍명보는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거치며 차근차근 지도자 경력을 밟았다.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대표팀 감독직을 떠난 뒤 홍명보는 지도자라는 역할에 대해 더욱 즐기는 모습이다. 실제로 홍명보는 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 K.S.P.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표팀 운영 기간에 일정 및 상황의 문제로 유소년 선수들과 만남의 시간을 한 차례 거른 것을 안타까워했다."앞으로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예전부터 생각해온 일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그 동안은 대표팀에 오랜 시간을 보내서 실질적으로 많이 하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을 돕는 일이 보람 있다. 기쁜 생각을 갖고 있다." 주입식 아닌 토론식, 갈증을 해소해주는 선생님훈련장에서 홍명보의 표정은 밝았다. 선수들과 첫 인사에서 "즐겁게 좋은 시간을 보내자"고 말했다. 그라운드 위, 그리고 벤치에서 강렬한 눈빛의 카리스마로 대표되는 홍명보지만 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그는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즐거운 분위기 속에 훈련을 진행한다.

K.S.P는 일방적인 주입식 지도가 아닌 열린 방식으로 진행된다. 홍명보가 1박 2일 동안 지도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비수들이 갖춰야 할 부분을 영상 분석 및 토의를 진행 하면서 각 수비 포지션 별 선수들의 어려운 점을 듣고 해결 방법을 선수들과 함께 논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선수들이 평소 고민하고 궁금해 하던 것들을 메모해 와서 묻고 답하는 시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홍명보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어려워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어려운 점들을 준비해 와서 토론하고 있다"고 전했다.프로젝트 내내 홍명보가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비는 공격의 시작이다. 수비수의 패스가 어디로 가느냐가 경기에 많은 차이를 낳는다. 수비수들의 빌드업에도 많이 신경 쓴다. 수비와 공격 양 쪽 다 잘해야 한다. 그래도 본연 임무인 수비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우리 지역의 수비 공간에서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선수들은 한창 자라나는 나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밑바탕에 있는 교육이 완벽하게 되었을 때 성장한 뒤고 좋은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 지도자 홍명보도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을 가르치며 지도의 기본을 쌓고 있다.홍명보는 이 프로젝트가 대표 선수를 발굴해내는 것뿐 아니라 수비수라는 역할에 대해 잘 인지하고 뛰는 선수를 키워내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가 5년 동안 하면서 프로에 간 선수, 대학에 가서 활약하는 선수도 있다. 훌륭한 선수가 나오는 것도 보람이지만, 수비수로서 좋은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더 기쁘다."현재 K.S.P는 1차부터 7차까지 참가했던 선수들 중 2012년 1기 졸업생 김동수(독일 함부르크), 이창민(전남드래곤즈), 송주훈(알비렉스 니가타), 최준기(연세대), 김상근(건국대) 등을 시작으로 2기 임승겸(고려대, U-20), 이희찬(부천 FC), 3기 황기욱(연세대), 이상기(영남대), 유원종, 김기영(울산대) 등 총 1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국가 대표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 대표팀이 수비진에 대한 질문에 "대표팀 수비는 저 때문에 안된 것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홍명보는 "대표팀 수비수들의 능력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지금 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대표팀에 기여하기 위해 본인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지도자 홍명보의 인생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사진=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클래식 포커스] 광주, 5월이 '진짜'라고 말하는 이유는?[EPL 포커스] 유로파리그 걸린 5-6위도 전쟁이다[취재파일] 부상 당한 김진규, 관중과 언쟁…진실은?방전된 수원, 13연속 실점…수비 불안 노출레버쿠젠, UCL 진출 확정…손흥민은 침묵[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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