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엄마도, 장위안 엄마도 우는 건 똑같아요"

2015. 4. 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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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방현영 PD "관광지 아닌 친구 따라 여행"

[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네팔 편에 출연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마크 테토(미국), 다니엘 린데만(독일), 수잔 샤키야(네팔),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장위안(중국).

ⓒ JTBC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같은 방송사 예능 <비정상회담>에서 파생됐지만, 본편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어 소장가치가 높은 별책부록 같은 프로그램이다. 정장을 갖추고 각국의 대표가 되어 여러 주제로 공방을 벌이던 토론장을 벗어난 외국인들은 '친구 집'에서 애들처럼 뛰어놀고, 편집하던 PD가 당황할 정도로 잦은방귀를 뀌는 등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위안의 집 중국을 시작으로 줄리안의 집 벨기에를 거쳐, 현재 방송 중인 수잔의 집 네팔까지 다녀왔다. 친구 집에 가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셈이다. '내 친구의 집은 왜 경기도 일산인가', 아니 '내 친구는 왜 이 훈남들이 아닌가' 아쉬움이 사무치는 와중에 제일 부러운 건 역시 연출자인 방현영 PD다. 최근 다음 행선지 답사를 마치고 돌아와 만난 방 PD는 "일하면서 놀러 다니니 얼마나 좋으냐고들 하지만, 제작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미 다음 친구의 집이 어디인지 귀띔하는 기사들이 나왔지만, 방현영 PD는 여전히 "미지의 나라" "후보 중 한 곳"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예비 출연자라 할 수 있는 <비정상회담> 각국 대표들이 '우리 집은 언제 가나' 내심 기대하고 있기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여하튼 '피자로 유명하지만 아직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나라'에서도 방 PD는 "주인공의 추억이 묻어 있는 장소와 이야기를 발견하고 왔다"고 뿌듯해 했다.

"제작진에게도 축복 빌어주던 네팔인들...지진 소식에 충격"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포스터

ⓒ JTBC

"사전답사를 가기 전에 그 나라의 주인공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해요. 자라온 과정, 가족과 친구 등 성장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해서 듣다 보면 재밌는 점이 나오기 때문에 여행 계획보다는 스토리를 짜는 거예요. 관광지가 아닌 친구를 따라 돌아다니고 싶도록 만드는 게 기존 여행 프로그램과 다른 점인데, 그래서 유명한 관광지를 못 보여드리긴 하죠."

이번에도 수잔의 가족을 통해 네팔이라는 나라를 담아왔다. 수잔의 집으로 들어가기까지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단다. "마을 초입부터 대가족과 이웃들, 악단이 우리를 맞이해 제작진까지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고 회상한 방 PD는 "'마을잔치' 수준의 환대에 다른 출연자들이 '수잔, 카트만두 왕자 아니냐'고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줄리안의 집에서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부모님과 '예능'을 찍었다면, 카스트 제도의 영향을 받는 네팔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족드라마'가 담겼다. 방 PD는 "무조건 같은 계급의 네팔 여자와 결혼하라는 할머니와의 갈등으로 수잔의 고민이 컸다"면서 "알베르토가 '국제결혼은 나쁜 게 아니라'고 할머니를 설득하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잔을 다시 봤다"고 전한 방 PD는 "형들 비위 잘 맞추는 귀여운 막내인 줄만 알았는데, 책임감과 생활력이 정말 강하고 생각도 깊은 청년이더라"고 칭찬했다.

가족들은 제작진 한 명 한 명에게까지 티카(힌두교인들이 축복을 빌며 이마 위에 그려 넣는 붉은 표식)를 찍어주고, 무조건 밥을 먹고 일하라며 40인분의 식사를 대접하는 등 넘치는 정을 베풀었다. 그래서 이번 네팔 지진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난 것에 더 충격을 받은 방 PD는 "지진이 발생한 데가 우리가 다 촬영 갔던 곳이라 마음이 아프다"며 "수잔의 가족들은 괜찮다"고 전해왔다.

각 나라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문화지형도' 그리기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한 장면. 네팔 포카라에서 머리띠와 옷을 산 유세윤과 마크 테토.

ⓒ JTBC

알베르토는 네팔 편의 콘셉트를 "30대 아저씨들의 여행"이라고 했다. 본의 아니게 그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는 이는 새로 합류한 미국인 마크 테토. 모건 스탠리와 삼성전자를 거친 투자전문가라는 '스펙'으로 소개되어온 그는 "모범생으로만 살아온 사람이 아시아 고원에 갔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까"라는 호기심으로 섭외됐다. 하지만 첫 회부터 마음에 드는 네팔 여성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해 큰 웃음을 준 '그냥 마크 형'은 '연애 바보'라는 의외의 수식을 얻었다. 이에 마크는 "'바보'가 나쁜 뜻이냐'고 문화적 뉘앙스를 묻기도 했다.

"해외 식당에서도 한국어로 '여기요'라고 주문하는 이 친구들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외국인이라는 걸 종종 잊어요. 그래도 단어의 쓰임새를 몰라서 당황하는 경우는 있죠. 댓글에서 'OO 깡패'라는 신조어를 보고 무슨 뜻인지 물어볼 때는 '아 맞다, 외국인이었지' 새삼 깨달아요. 특히 한국인과 다르다고 실감하는 건, 카메라 앞에서 자기를 마음껏 드러내고 싶어 하는 점이에요. TV에 노출되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지금이 좋으니까 열심히 표현하겠다는 생각이 명쾌해요."

가끔 카메라의 존재를 잊고 지나치게 솔직해지기도 한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인 만큼 여자와 연애 혹은 야한 얘기로 '위 아 더 월드'가 되곤 하는데, 어느 밤인가 알베르토가 화두를 던진 이탈리아 모델 화보에 대한 열띤 토론은 15세 이상 관람가에 맞게 통편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섹시화보의 바람직한 조건(?)에 대한 알베르토와 줄리안의 전문가적인 소견에 장위안이 화들짝 놀라는 등 이들 사이에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그게 이 프로그램에서는 재미가 된다.

"주인공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 나라를 보여주고, 그걸 다 합쳤을 때 문화지형도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재밌는 건, 친구의 집을 찾아 다른 나라를 다니지만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는 거예요. 아들과 헤어질 때, 히피 운동을 했던 개방적인 벨기에 어머니와 중국 어머니가 우는 게 똑같더라고요. 결국 가족, 부모님의 마음은 어디나 다르지 않다는 걸 '친구 집'에 갈 때마다 느낍니다."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벨기에 편에서 줄리안의 어머니가 아들과 헤어지기 전 눈물을 보이고 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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