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전주혜의 뉴스 속의 法] 내가 받은 스포츠 마사지가 不法? 마사지사들, 의료법 위반으로 계속 법정에 선다는데..
몇 년 전 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던 때 의료법 위반 사건을 담당했다. 재판을 해보니 의료법 위반 사건 피고인 중 70~80%는 마사지업소 사장이나 종업원이었다. '무자격 안마행위'를 했다는 혐의였다.
유명 마사지 프랜차이즈 업체 업주들이 의료법 위반죄로 법정에 섰다. 태국마사지업소, 스포츠마사지업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명동 대형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는 마사지사 20여명도 의료법 위반죄로 재판을 받았다. 영업주는 300만~500만원, 종업원들은 50만~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사지사가 의료법 위반죄로 법정에 선 이유는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안마'의 정의 때문이다. 우리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고 있다. 안마사 자격 없이 영리 목적으로 안마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이 돈을 받고 안마행위를 하게 되면 의료법 위반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법원이 내린 '안마'의 개념에 따르면 웬만한 피부관리업체나 스포츠마사지업소는 마사지가 아니라 '안마 업소'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안마를 '손이나 특수한 기구로 몸을 주무르거나 누르거나 잡아당기거나 두드리거나 하는 등의 안마·마사지 또는 지압과 전기기구 등을 사용해 뭉쳐진 근육을 풀어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몸에 아로마 오일 등을 바르고 문질러준다면 마사지에 해당하지만 몸을 꾹꾹 눌러주면 '안마'가 되는 것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안마나 마사지를 찾는 사람은 늘었는데 안마시술소나 안마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재판 당시 조사했을 때 전국에 안마시술소는 약 600개, 안마사 자격을 가진 시각장애인은 약 9000명이었다. 시각장애인 중 안마사 자격 소지자는 약 3.5%에 불과했다.
법정에 온 마사지사들은 "손님들에게 시원하게 안마를 해 준 저희가 무슨 죄입니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항변했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고 있는 현행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8년과 2013년 두 번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줘 일반 국민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건 사실이지만, 안마업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거의 유일한 직업으로 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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