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한체육회, "IOC에 질의서 발송" 초강수

권종오 기자 2015. 4.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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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생체)의 통합 갈등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불똥이 튈 전망입니다.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는 내일(28일) 낮 12시 긴급회의를 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통합준비위원회 인원 구성 배분안 등 여러 현안이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진 뒤 IOC에 질의서를 발송할 계획입니다. 그 내용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문체부가 제시한 인원 구성 배분안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가 체육단체 통합 작업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올림픽 헌장 제27조9항 위반 아닌가?

2. 각 종목 연맹 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내년 2월에 치러질 통합체육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선거인단) 구성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대의원 수의 50% 이상을 올림픽 종목으로 채우지 못 할 수도 있다. 이것은 IOC 규정 위반 아닌가?

3. 통합체육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을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려면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사전에 분리해야 한다. KOC가 분리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대의원 구성에 간여하면 올림픽 헌장 위반 아닌가?

올림픽 헌장 <제29조7항>은 "해당 국가에서 발효중인 헌법, 법률 또는 기타 규정 및 정부 기관의 행위로 인해 NOC의 활동이나 NOC의 의사 표명이 저해될 경우 IOC 집행위원회는 해당 NOC에 내린 인준을 정지하거나 철회하는 등, 해당 NOC 소속 국가의 올림픽 운동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NOC는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뜻합니다. 한국에 적용하면 대한올림픽위원회(KOC)입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는 대한체육회에 포함돼 있습니다. IOC가 한국 정부의 간섭이 명백하고 심각해 KOC의 자율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할 경우 내년 리우올림픽에 한국선수단이 태극기 없이 출전하게 하는 징계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4월 7일 취재파일 참조

▶[취재파일] "내년 리우 올림픽에 태극기가 없을 수도…"

)

대한체육회가 IOC에 질의서를 보낸다는 것은 사실상 체육회가 갖고 있는 마지막 무기를 동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매년 정부로부터 2천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 감독을 맡는 체육회 입장으로서는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가 IOC에 고발하는 것입니다. IOC만이 올림픽 출전 금지 등 징계권을 발동해 한국 정부, 즉 문체부를 견제할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한체육회의 질의서 발송은 공식 제소에 앞선 일종의 사전 정지 작업 아니면 문체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을'인 체육회가 초강수를 두는 까닭은 한마디로 '갑'인 문체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트 스포츠를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 스포츠를 대표하는 국생체의 통합 작업은 두 단체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문체부는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한체육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문체부와 상당히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문체부가 통합 작업에서 과연 중립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체육회로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통합 관련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인 지난 2월 23일 대한체육회는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대의원총회를 통해 "체육 선진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를 배제하고 순수 체육계 인사로 통합 작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3월27일 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때 통합의 당사자인 대한체육회-국생체 양 단체가 추천한 인사를 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통합 과정에 자율적·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서를 문체부에 보냈습니다. 또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의 면담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이런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통합준비위원회 인원 구성안과 관련된 훈령을 체육회에 보냈습니다. 체육회 3명, 국생체 3명, 국회의원 2명에 문체부 장관이 지명하는 3명 등 모두 11명으로 통합준비위를 구성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는 "문체부는 체육회의 요청을 그 어느 것도 수용하지 않았고 체육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원 배분안을 통보해왔다. 문체부 뜻대로 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면 체육회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엄청나게 불리한 통합체육회 정관이 제정될 수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IOC에 질의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30일 시도체육회 연합회와 경기단체 연합회 관계자를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한 뒤 다음달 20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문체부가 제시한 통합준비위 인원 배분안을 거부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체육단체 통합 작업은 상당 시간 표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체육회와 국생체의 통합은 스포츠 선진국 도약이란 대의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갈등 해결을 위해 IOC까지 불러들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데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김장관은 마음을 터놓고 체육회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고 대한체육회도 김정행 회장과 체육회가 따로 노는 '이중 플레이'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됩니다. 내년 8월 리우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란 대사를 앞두고 국내 체육계의 분열은 곧 공멸을 의미합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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