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조차 포기한 무리뉴의 지독한 실리주의

2015. 4. 2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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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기를 주도하려는 노력도, 특정 선수의 마법 같은 플레이도 포기한 첼시는 의도대로 승점 1점을 따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의 실리주의는 이번에도 지독했다.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스널과 첼시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두 팀의 33번째 리그 경기였다.

첼시는 무승부로 충분했다. 첼시는 이 경기 전에 승점 76점으로 1위였다. 아스널(경기전 승점 66)의 순위는 3위지만 한 경기 더 치른 2위 맨체스터시티(승점 67)보다 위협적인 추격자였다.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 첼시는 승점 77점을 기록, 아스널과의 승점차를 여전히 10점으로 유지했다. 남은 경기는 단 5경기다. 첼시의 우승은 사실상 확정됐다.

이 경기를 앞두고 첼시는 모든 공격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야 했다. 디에고 코스타와 로익 레미는 부상으로 결장했고, 디디에 드로그바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순위표와 선수단을 함께 고려할 때 무승부 작전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리그의 절대 강자 첼시가 수비 위주의 무승부 작전으로 일관하는 건, 여느 감독이라면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이었다. 무리뉴는 거리낌이 없었다. 경기 전에는 전문 공격수들이 없는 가운데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에덴 아자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아자르와 함께라면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진다. 나는 아자르가 좀 더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자유는 팀 전체와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조직력이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심었다.

첼시는 미드필더 오스카를 최전방에 둔 4-1-4-1 포진으로 수비에만 신경 썼다. 드문 역습으로 아스널 골문을 위협하긴 했지만, 경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공격 의지가 거의 없었다. 전반전에 형편없이 밀린 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드로그바를 교체 투입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계속 아스널의 공격을 허용한 첼시는 무리뉴의 팀다운 수비 집중력으로 무실점 상황을 지켜냈다.

경기가 끝난 뒤 존 테리는 대승을 거둔 선수같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 경기 목표가 애초에 무승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을 상대로 무패 기록을 13경기(7승6무)로 늘리는 동시에 우승컵 바로 앞에 섰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출신 해설자 게리 네빌은 첼시의 지난 맨유전 전략을 예상하며 "무리뉴는 상대방을 막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리고 아자르의 마법이나 세트피스를 통해 이길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리뉴는 마법조차 포기한 듯 더 지독한 실리주의를 숨김 없이 드러냈다. 무승부로도 충분한 경기에 맞는 발상이었고, 결국 그의 계산대로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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