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씨름, 우규민 "던지고 싶어 미치겠다"

2015. 4.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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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5경기가 열리는 매일 저녁시간. 마운드에 서 있어야 할 우규민(30‧LG 트윈스)은 요즘 TV만 끼고 산다.

장소도 잠실구장이 아닌 이천 LG 챔피언스파크 숙소 방. 숙소에서는 스카이 스포츠 채널이 잡히지 않아 스마트폰까지 손에 쥐고 있다.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아니다. 채널을 돌려가며 야구 생중계를 관람한다.

우규민은 올 시즌 내내 숙소를 떠나지 못하고 이러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전력분석을 하기 시작했는데 쏠쏠한 효과가 있단다.

"TV를 보면서 저녁마다 야구 공부를 하고 있다. 개막 이후 상대할 타자들 컨디션을 체크하고, 작년보다 더 좋아진 것과 변하지 않은 약점 등을 분석하고 있다. 밖에서 야구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우규민은 재활군에 있다. 지난해 시즌 종료 직후 왼쪽 고관절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성공적인 수술과 사이판 재활. 페이스가 빨랐다. 양상문 LG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우규민을 호출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이 됐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우규민은 시범경기까지 소화하며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개막 직전 수술 부위 허벅지에 탈이 났다. 통증이 재발한 것. 우규민은 결국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채 다시 재활군 생활을 하고 있다.

"속상했다. 내가 수술을 했던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방심했다. 원래 스케줄대로 했다면 4월초 가능했을 텐데…." 허벅지 통증을 느낀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양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였다. 죄송한 마음 때문. "다쳤을 때 감독님이 먼저 생각나더라.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강 코치님도 밤을 새면서 스케줄을 짜 주시고 했는데 정말 죄송했다. 결국 내가 관리를 못한 탓이다." 우규민의 자책은 다시 열정을 불렀다.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시 재활에 전념했다. 덕분에 러닝 훈련도 거뜬히 소화해 내고 있다. 우규민은 "현재 통증은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5월 초에는 실전 등판도 가능할 전망이다.

우규민과 함께 재활을 하던 류제국은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 상황이 역전된 것. 하지만 둘 다 자나 깨나 조심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의 몸 상태부터 확인한다고.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서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게 일이다. 제국이 형이 삼진을 몇 개 잡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괜찮아?'라고 묻고 확인하고 있다." 류제국도 "같은 시기에 수술을 하고 복귀를 준비하다보니 서로의 트레이너 같은 존재가 됐다"며 웃었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류제국은 내심 우규민이 부럽다. 자신과 달리 우규민은 통증만 없어지면 곧바로 실전 등판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난 오래 많이 던지고 올라가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우규민은 다르다. 손 감각이 워낙 좋다. 몇 경기만 던지면 된다. 진짜 부모님께 감사드려야 한다." 그러나 정작 우규민은 류제국의 생각과 다르다. 복귀가 늦춰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책임감이 커졌다.

"TV로 우리 팀 경기를 보면서 나 대신 나가고 있는 선발 투수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젠 니 자리 내 자리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사실 부담은 없는데 책임감은 더 많이 생겼다." 우규민은 선발 전환 뒤 2년 연속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팀 내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긴 투수였다. 부상 때문에 144경기로 늘어난 혜택은 받지 못하게 됐지만, 목표는 변함이 없다. 3년 연속 10승 투수가 되는 것.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생긴 각오다.

"올라가서 잘 던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걸 보여주고 싶다. 빠른 템포의 피칭으로 볼넷 없는 투구를 하고 싶다. 수비 시간을 짧게 할 수 있도록 해서 야수들의 부담을 줄어주고 싶다. '우규민은 편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 6개월의 재활 기간과 번복된 복귀 시점. 우규민은 자신을 가장 힘들게 괴롭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던지고 싶어 미치겠다." [min@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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