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양궁 대들보 주현정, 24년간 정들었던 활 놓는다

2015. 4. 2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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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세계양궁연맹 페이스북

어깨 부상 수술 불가피…은퇴 결심"리우올림픽 있지만 냉정하게 판단당분간 육아전념…언젠간 돌아올것"

'한국여자양궁의 대들보' 주현정(33·현대모비스·사진)이 정든 활을 내려놓는다.

주현정은 26일 "어깨 부상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고선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 은퇴를 결심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도 생각해봤지만, 이제 냉정하고 현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4일 소속팀 현대모비스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30일을 끝으로 퇴사처리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분간은 육아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역에서 물러나는 것은 광주 두암초등학교 3학년 때 활을 처음으로 잡은 이후 24년만이다.

주현정은 2008베이징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09울산세계선수권 개인·단체전 2관왕,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등을 획득하며 여자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단체전 엔트리 3명에 이름을 올렸지만, 어깨 부상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후배 이특영(26·광주광역시청)에게 출전권을 양보해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당시 여자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로 맏언니의 '통 큰 결단'에 보답했다. 주현정은 "베이징올림픽 개인전 등 아쉬움이 남는 경기는 있지만, 선수생활에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섰지만, 주현정의 양궁인생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나이로 26세 때인 2007년 12월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정도로 대기만성 선수였다. 이는 한국양궁의 높은 수준 때문에 쉽게 빛을 보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큰 본보기가 됐다. 주현정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시절에도 '언젠가는 나도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으로 활을 쐈다. 이기는 사람이 최고가 아니라, 상대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최고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2008년 11월 양궁선수 계동현(32·현대제철)과 백년가약을 한 주현정은 2011년 10월 아들 지훈(4) 군을 얻었다. 국가대표생활 때문에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 아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주현정은 "지훈이에게 '앞으로 엄마 탕(활 쏘는 소리) 하러 가지 않는다'고 말하면 마냥 좋아한다. 이제야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당분간은 육아에 전념하지만, 언젠가는 양궁계로 돌아올 계획도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도자로서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생각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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