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형외과 압수수색 수사정보 새 나갔나

남상욱 2015. 4. 2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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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인멸… 민방위 훈련식 연습도

검찰이 서울 강남 일대 유명 성형외과와 불법 브로커들의 유착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본보 24일자 기사보기(http://www.hankookilbo.com/v/6a183ae9ccc041f393e4d5036c56ee3b))한 가운데 최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병원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수사 정보가 병원 측에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성형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 서초구 소재 유명 성형외과인 A병원은 지난 17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1주일 전부터 직원들을 동원해 병원 내 주요 서류를 대량으로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민방위 훈련'이란 이름으로 수사 대비 훈련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은 고액의 수수료를 주고 불법 성형 전문 브로커를 고용한 뒤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를 모집한 혐의로 현재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병원이 빼돌린 서류는 주로 중국인 관광객 치료와 수술과 관련된 매출 장부 및 환자 진료 차트, 수술 기록지 등으로 수사에 핵심 증거가 될 자료들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직원들이 동원돼 중국인 관광객 치료가 기록된 서류를 빼돌린 것은 물론, 일부 자료는 급하게 수정해 놓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서류들이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병원은 또 이번 수사에 앞서 최근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검찰이나 국세청 등의 조사에 대비한 훈련을 수시로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4대 보험에 신고하지 않고 고용한 장기계약 직원의 서류를 없애거나 이번처럼 환자 진료가 기록된 차트를 빠른 시간 안에 외부로 반출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식이다. 병원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서류들을 가방에 싸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직원들을 손님인 척 병원 밖으로 빠져 나가게 하는 등 소위 '민방위 훈련'이라 부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증거를 빼돌리는 일은 증거인멸로 처벌은 물론, 검찰 조사에서도 당사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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