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저녁이야 왜 내가 여기 와야 하지?"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2015. 4.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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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백악관 기자단과 101년째 맞는 '유머 만찬'] 이번엔 코미디언까지 대동, 자신의 속마음 전달역할 맡겨 힐러리·젭 부시·테드 크루즈 등 대권 주자들 신랄하게 꼬집어

"얼마 전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내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던데, 우연의 일치인가? 난 체니가 내 인생 최악의 회장님인데…"(체니가 유전 회사 CEO를 하다 회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을 빗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101번째를 맞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다시 한 번 폭소 행진에 성공했다. 1914년부터 시작한 연례 만찬에서 대통령은 준비한 유머를 선보이는 게 전통이다. 2016년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인지 이번 유머 소재로는 대권 주자들이 많이 올랐다.

"1년에 수백만달러를 버는 한 여자 친구가 지금은 아이오와에서 (미니) 밴에서 산다더라. (국무장관을 하면서)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가 낭패를 당했다던데, 더 큰 문제는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인) '치폴레'에서 식사를 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거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고는 미니밴을 타고 뉴욕에서 아이오와까지 '길바닥 유세'를 하면서 겪은 일을 풍자한 것이다.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에 대해서는 "2009년에 선거인 등록을 하면서 인종을 히스패닉계라고 밝혔다던데, 실수라는 변명이 이해된다. 나도 1961년 (태어나면서) 미국인이라고 밝혔던 때가 생각나네요"라고 했다. 케냐에서 오바마가 태어났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기후변화는 없다'는 소신을 가진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 의원에게는 '갈릴레오'라는 별명을 붙였다. 다만 갈릴레오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고 (진실을) 말했지만, 크루즈는 지구가 자신의 주위를 돈다고 믿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대권 도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가 주저앉곤 했던 도널드 트럼프를 보고는 "어, 아직도 여기 있네!"라고 말했고, 돈 선거에 대한 회의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공화당의 든든한 후원자인 코크 형제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대통령 후보에게 지원하겠다고 한 데 대해 "누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코크 형제의) 장미꽃을 받을지 궁금하다"며 "10억달러 정도면 (미국의 유명 파트너 맺기 프로그램인) '독신남' 다음 시즌 주인공으로 나서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이 반대했는데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초대해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게 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 하다 보니 빨리 늙는 것 같다. 얼마나 늙어보였으면 하원의장이 내 장례식에서 연설하라고 이스라엘 총리를 초대했겠느냐"고 말했다. 오바마는 "아내 미셸은 하나도 안 늙기에 비결을 물었더니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라'고 하더라. 왕짜증!"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육식을 좋아한다.

오바마는 이날 자신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화난 통역사, 루터'(코미디언 키건-마이클 키)를 등장시켰다. 자신은 좋은 말만 하고, 속내는 루터가 쏟아냈다. 오바마가 "세상은 급변하지만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같은 전통은 중요한 거야"라고 하자 옆에서 루터가 "이게 뭔 저녁이야! 왜 내가 여기 와야 하지? 젭 부시, 정말 (대통령이 돼서) 여기 오고 싶은 거야?"라고 '진실'을 말하는 식이었다.

오바마는 청중의 웃음을 많이 이끌어냈지만 곳곳에서 자신의 '소신'을 정색하며 밝히기도 했다. 의료 개혁(오바마 케어), 이민 개혁, 기후변화 대응 등이었다. 마지막에는 IS(이슬람국가)에 의해 살해당한 제임스 폴리 등 언론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어두운 곳에서 빛을 전하는 언론의 사명을 찬양했고, 이란에 억류 중인 워싱턴포스트 제이슨 레자이언 기자의 석방을 위해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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