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의 진실, 묻히고 있다

김진우 기자 입력 2015. 4. 26. 17:44 수정 2015. 4. 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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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대대적인 국정 운영 및 정치 개혁 필요성을 제기한 '성완종 리스트' 본질이 실종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녹음으로 불거진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핵심은 사라지고, 성 전 회장 특별사면을 둘러싼 공방으로 정국이 흐르면서다. 살아 있는 권력의 핵심부가 대거 연루된 게이트성 사건이 8년 전 사면 책임 공방으로 둔갑하는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도 성 전 회장 주변에만 머문 채 좀체 핵심 의혹으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 비리 의혹 규명이라는 당초 초점은 더욱 흐려지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태열 전 실장·김기춘 전 실장·유정복 인천시장·홍문종 의원·홍준표 경남지사·서병수 부산시장·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완구 국무총리

'성완종 리스트'가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일으킨 데는 현직 총리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 실세 8명이 연루된 점이 크다. 여기에 2012년 대선자금이란 폭발력이 큰 뇌관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의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는 등 연루 인사들의 말바꾸기·증거 인멸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조속한 진실 규명은 본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총리 사의 표명으로 급한 불을 끈 여권이 '물타기'성 역공을 본격화하면서 이상기류가 생겼다. 새누리당은 2007년 12월 법무부 반대에도 성 전 회장을 특별사면 대상에 넣은 이유를 밝히라며 노무현 정부 책임론과 야권 로비설을 확산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 전 회장 특별사면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상득-노건평 라인설'까지 제기되는 등 공방만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특별사면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성완종 리스트' 정국의 초점은 좌표를 잃은 모습이다. 특별사면 의혹을 둘러싼 친노·친이 간, 전임 정권 간 대결 속에 친박계와 현 정권의 부패 의혹이란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현 정권 핵심부를 지목한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밝힐 기회는 점점 멀어져간다는 것이다. 중요도나 시급성에서 큰 차이가 있는 두 사건의 순서를 뒤섞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실 규명 문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이후 지난 2주 동안 성 전 회장의 최측근들을 구속시켰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에 대한 수사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법무장관은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메모에 기록된 분들에 대해 확인하려고 하면 다른 여러 사람들이 다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8명만 불러서 조사하고 말아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수사 초점을 당면한 핵심 문제가 아닌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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