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9년만의 데뷔승, 이래서 더 감동적이다 [강산의 릴리스포인트]

입력 2015. 4. 26. 05:53 수정 2015. 4.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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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이동걸이 2007년 입단 후 무려 9년이 지난 뒤에야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우여곡절 속에서 따낸 첫 승,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인가.

이동걸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52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그러나 보여준 게 없었다. 2013시즌이 끝난 뒤 2차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삼성의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 2013년까지 1군 4시즌 통산 14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6.41에 그쳤다. 삼성의 투수진 또한 워낙 막강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한화는 기회의 땅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투수 한 명이 절실했던 건 마찬가지다. 정영기 한화 스카우트 팀장은 2차 드래프트 직후 "이동걸은 우리가 가장 원했던 투수"라며 만족해했다. 이동걸 본인도 "그동안 심리적으로 쫓겼다. 전지훈련 때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젠 하고 싶은 대로 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세상만사 뜻대로만 되는 법은 없다. 지난해 8경기에만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4.50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9월 12일 1군에 합류해 5경기에서 14이닝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인 게 위안거리였다. 남다른 각오로 올해 스프링캠프에 임했고, 어느 때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투구는 물론 사이드펑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본 훈련 때도 무척 진지했다. 고치 1차 캠프 당시 그의 얼굴에서 절실함이 보였다.

그런데 올해 처음 마운드에 오른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부터 악재가 터졌다. 황재균에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빈볼에 의한 퇴장을 당했다. 올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빈볼 퇴장이라니.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렸다. 이후 상황이 너무나 불리한 쪽으로 돌아갔다. 5경기 출전 정지라는 KBO 상벌위원회 징계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동걸을 품었다. "징계를 받았지만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겠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라고 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당시에도 김 감독은 이동걸을 붙잡고 꾸준히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그만큼 관심을 보였다. 이동걸도 잘 따랐다. 일단 이동걸은 지난 15일 삼성전부터 5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16일 삼성전, 19일 NC전이 우천 취소돼 23일 LG전부터는 문제없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이날 곧바로 구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그리고 이틀 뒤. 바로 전날(25일) SK전서 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냉정히 말해 승리조는 아니었다. 팀이 2-4로 뒤진 7회말 1사 만루 상황서 마운드에 올랐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해 2-5가 됐지만 본인 실점은 아니었다. 추가 실점은 없었다. 이동걸이 급한 불을 껐고, 타선이 2점을 추격해 4-5 한 점 차가 됐다. 8회초를 실점 없이 막아냈지만 9회가 문제였다. 2사 1루 상황에서 브라운과 정상호에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점수가 4-6, 2점 차로 벌어져 사실상 흐름이 넘어간 듯했다.

하지만 한화 타선은 41구를 던지며 투혼을 발휘한 이동걸을 외면하지 않았다. 9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최진행의 적시타로 5-6을 만들었고, 김태균의 내야 안타에 이은 김경언의 끝내기 2타점 적시타로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2⅔이닝을 3피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선방한 이동걸의 첫 승이 만들어진 순간. 그는 2루 주자 최진행의 득점을 확인하자마자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기쁨을 나눴다. 경기 후 구단에서 자체 선정하는 MVP 투수로 뽑혀 단상에 올랐다.

김 감독이 끝까지 이동걸을 믿은 결과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이동걸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며 "오늘 권혁이 2이닝 정도 던질 수 있다고 했고, 투수코치도 권유했지만 그냥 끌고 갔다. 이동걸이 고비마다 잘 막아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동걸의 데뷔 첫 승이 만들어진 데는 김 감독의 믿음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한화 팬들도 이동걸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퇴근길에도 이동걸의 이름 석 자를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가 기자실까지 들렸을 정도다.

이동걸의 첫 승 스토리, 하나하나 뜯어보면 참 감동적이다. 야구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는 말, 이동걸의 첫 승으로 충분히 설명될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이동걸.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한화 이글스 제공]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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