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강사 1명 놓고.. '공룡 학원' 사활 건 告訴戰

배준용 기자 2015. 4. 2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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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은 계약기간 위조.. 속사정은 어려워진 사교육 市場 불황에 유명학원도 찬바람.. 스타강사 의존도 갈수록 커져

"서로 고소를 하고 검찰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재조사를 지시하니 답답한 상황입니다."

23일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형 사교육업체의 고소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입 수능 스타 강사로 통하는 E 학원의 우모씨는 지난 1월 "D 학원의 계열사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자기 학원 강의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하며 용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우씨는 고소인이 아닌 피고소인 자격으로 경찰에 출두했다. 이번엔 V 학원이 "우씨가 2010년 12월에 우리 학원에서 E 학원으로 이적하면서 동료 강사까지 데려가려고 이 사람이 우리와 맺은 계약서의 계약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위조하는 데 가담했다"며 우씨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려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과 입시 위주 교육정책 탓에 활황을 이어오던 사교육 업계에서 고소·고발전이 난무하고 있다. 고소전은 업계 선두권에 있는 대형 학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실제 서로 고소전으로 맞물린 E·D·V 학원은 사교육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메이저 학원들이다. 스타 강사 영입을 둘러싼 계약 위반과, 경쟁 학원의 과장 광고 여부가 주된 고소 대상이다.

2000년대 하루가 다르게 시장을 키워오던 대형 사교육 업체가 서로 난타전을 벌이게 된 건 계속된 경기 불황과 학생 수 감소, 경쟁 업체 증가로 입시 학원계에 찬바람이 불면서다. 한국 사교육 시장은 2009년을 기점으로 불황의 늪에 빠졌다. 경기침체가 이어진 데다 수능도 해마다 쉬워진 탓에 사교육비를 줄이는 학부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2014 사교육비 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09년 21조6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2010년 20조9000억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매년 2%씩 규모가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18조2000억원대로 줄었다. 사교육 시장에서 1등을 달리던 메가스터디도 2011년 3000억원을 넘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2000여억원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형 입시학원들은 경쟁 업체의 스타 강사 영입에 매달렸다. 스타 강사 한 명만 영입해도 수강생들이 덩달아 학원을 옮기면서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했던 E 학원이 2011년을 전후해 매출이 급증한 것도 경쟁사인 V 학원에서 이름을 날리던 우씨 등 스타 강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다. E 학원은 우씨 등을 영입하고 매출이 680억원에서 1018억원으로 급상승했고, 지난해에는 1600여억원을 기록해 5년 새 몸집을 두 배로 키웠다. 반면 우씨 등이 대거 빠져나간 V 학원은 2010년 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업계 2위 자리를 지키다 2011년에 22억원, 2013년에는 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타 강사 한 명이 학원계 판도를 뒤흔들면서 스타 강사를 놓고 학원 간의 물리적 싸움도 벌어진다. 한 스타 강사가 빠져나간 학원 직원들이 이 강사가 이적한 학원에 찾아가 "왜 남의 강사를 불법적으로 빼가느냐"며 욕설을 퍼붓다가 상대 학원 직원들과 몸싸움을 해 법원에서 7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사교육 업계에서는 "1등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진 대형 학원 간에 생사를 건 혈투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스타 강사 영입을 둘러싼 계약 파기 분쟁 외에도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수강생 빼오기 싸움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2015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 메이저 입시학원들은 "경쟁학원의 동영상 강의를 과거에 들었다는 것을 입증할 결제 영수증을 가져오면 수강료를 10% 할인해준다"며 수강생을 빼내기 위한 영입전을 벌였다. 우씨와 D 학원 간의 법적 분쟁처럼 학원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달린 댓글도 소송거리가 됐다. 2013년 1월 업계 1위였던 한 학원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E 학원을 상대로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로 자기 학원이 '독보적 성장'을 했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과장 광고를 한다"며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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