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머리도 안 빠져.. '나만의 항암제' 어디까지 왔나

이영완 기자 2015. 4.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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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into the future·미래 속으로) 부작용 없는 면역세포 암백신, 이제 내 몸안에서 만들어낸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2013년 10대 연구 성과의 하나로 '면역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를 꼽았다. 지난해 '네이처'지는 암 면역치료제를 개발한 미 존스홉킨스 의대 수전 토팔리언 박사를 '10대 과학 인물'로 뽑았다. 과학 학술지 양대 산맥이 '암 면역치료(Cancer Immunotherapy)'를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로 꼽은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사이언스는 암 면역치료 특집을 통해 논문 6편을 한꺼번에 소개했다. 면역세포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암 백신 연구가 최근 생명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분야인 것이다.

암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와 같다. 치료제가 효과 있어도 부작용이 심해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같은 암이라도 사람마다 달라 어떤 환자에게는 잘 듣는 치료제가 다른 환자에게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인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획기적 항암제라 할 수 있다.

◇인체 자연 치유력 이용한 암 백신

지난 3일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 6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은 논문도 미국 워싱턴대 의대 베아트리스 카레노 박사팀의 맞춤형 암 백신 연구 결과였다. 카레노 박사 팀은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黑色腫)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일반 항암제는 암세포 외에 정상 세포도 무차별 공격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구토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 최근에 나온 표적 항암제는 정밀 폭격을 한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암세포 생장에 핵심적인 효소에만 달라붙어 작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암세포를 죽인다. 하지만 표적 항암제 역시 암마다 다 개발된 것도 아니고, 모든 환자에게 다 듣는 것도 아니다. 과학자들은 암세포와 직접 맞붙어 싸울 군대를 찾았다. 바로 면역세포를 이용한 백신이다. 백신은 병원균을 약하게 하거나 죽여서 인체에 주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는 적군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이후 진짜 적군, 즉 암세포가 발생하면 바로 공격할 수 있다. 영국 GSK와 미국 머크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백신은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만 합성해 주사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분석법 발달로 맞춤형 가능

워싱턴대가 개발한 맞춤형 암 백신은 백혈구의 한 종류인 '수지상 세포(樹枝狀 細胞·dendritic cell)'를 이용했다. 나뭇가지 모양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수지상 세포는 병원체를 죽이는 주력군이라고 할 T세포의 활동을 촉진한다. 수지상 세포가 병원체를 만나면 그 일부를 흡수한 뒤, 그 병원체의 일부를 매개로 면역세포인 T세포에 결합한다. 이를 통해 T세포는 해당 병원체를 적으로 인식하고, 이후 그 병원체를 만나면 무조건 공격해 죽이는 것이다. 즉 수지상 세포는 일종의 정찰병이고, T세포는 전투병인 셈이다.

암 백신도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먼저 암세포에만 있는 단백질을 찾아내 수지상 세포에 붙인다. 이후 수지상 세포와 T세포가 결합한다. 이를 통해 T세포는 공격할 암세포를 확인한다. 이후 T세포는 암세포와 마주치면 바로 공격해 분해해버린다. 특히 워싱턴대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백신은 환자 맞춤형이다. 연구진은 흑색종 환자 3명에게서 암세포를 채취해 DNA를 분석했다. 과거에는 DNA 해독에 시간과 돈이 워낙 많이 들어가 개인별 해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DNA 해독 경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연구진은 환자마다 각기 다른 암세포 표면 단백질을 7개씩 찾아냈다. 정상 세포에는 없는 단백질이었다.

다음에는 환자의 피에서 수지상 세포를 골라내고 여기에 환자마다 다른 암 단백질들을 결합시켰다. 환자마다 다른 적군의 신상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4개월간 세 번 수지상 세포를 주사했더니 암세포를 공격할 전투병인 T세포가 늘어났다. 그리고 두 환자는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고, 한 명은 암세포가 사라졌다.

물론 이번에는 면역반응이 일어나는지만 알아보는 시험이라 다른 치료제도 병행했다. 즉 치료 효과가 꼭 백신 덕분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맞춤형 백신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했다"며 "폐암이나 방광암, 대장암 등 다른 암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암 백신 개발에 몸 바친 노벨상 수상자

수지상 세포는 1973년 미국 록펠러대 랠프 스타인먼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이 공로로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수상 소식을 듣기 사흘 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스타인먼 교수는 죽기 직전까지도 암 백신 개발에 기여했다. 개발 중인 암 백신 세 가지를 자기 몸에 시험하도록 한 것이다. 한 제약사는 스타인먼 교수를 치료한 경험을 토대로 신장암 치료용 암 백신을 개발했다.

대한면역학회장인 임종석 숙명여대 교수는 "맞춤형 암 백신은 환자 자신의 세포를 쓰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수술로 암을 제거해도 암세포가 미량 남아 재발한다"며 "면역세포는 암세포 한두 개까지도 찾아내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ifpedia→ 수지상 세포(樹枝狀 細胞)

백혈구의 일종으로 나뭇가지처럼 돌기들이 나 있다. 병원체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에 공격 목표를 학습시키는 역할을 한다.

T세포 병원체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 가슴샘(Thymus)에서 성숙되기 때문에 첫 글자를 따서 T세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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