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람다패시브하우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2015. 4. 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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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01_ 평범한 집에 숨은 모든 특별함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내 공기가 주는 느낌은 다소 서늘했고 공기는 살짝 습했다. 하지만 이 집의 건축주손태청 씨는 이 느낌을 다르게 표현한다. "실내온도 20℃, 습도 55~60%, 이산화탄소 농도는 600ppm입니다. 인간이 느끼는 쾌적 범위 안에 들어오는 조건이죠."

지금부터 시작할 이 기록은 독일의 홍도영 건축가와 한국의 손태청 건축주가 지난 2014년 10월 세종시아름동에 완성한 '람다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글이다. 건축주가 짓고 살아보니, 그리 특별할 것 없다는 패시브하우스. 집에서 곰국을 끓여 먹고 빨래를 너는 우리네 생활 방식에서 곰팡이와 결로가 생기지 않는 그 한계 안으로 들어오는 집. 조금 더 우리 일상과 가까워진, 진짜 패시브하우스로 초대한다.

"집을 짓지 않으면 세종시로 가지 않겠다!"

많은 경우 그러하듯, 부부 중 한 명의 입장표명으로 시작하는 게 집짓기이고, 이 집 또한 아내의 선언이 발단이었다. 여느 가족과 시작은 비슷하지만, 이들의 집짓기 여정은 특별하고 유난했다.

"이상하더라고요. 적어도 돈 들여 지을 집이라면 물이 새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평당 천만원씩 주고 지었다는데도 창문에 이슬 맺히지 않은 집 없고, 비 오면 벽이 축축한 집이 많더라고요."

아내 덕에 땅을 사놓고 집 지을 일을 고민하다 보니 건축을 들여다보게 됐고, 보다 보니까 구조도 보이고 단열도 보였다는 건축주다. 단열에 신경 썼다는 집을 가 봐도 겉은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지만 디테일 도면 한 장 없는 경우도 많았고, 시공현장 사진을 보면 창호 주변 단열재가 빠진 채 콘크리트 미장으로 그 틈을 메운 곳도 부지기수였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집 짓는 일을 아무에게 맡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학도 출신으로 스스로를 '공돌이'라 부르는 그는 '제대로 지은 집, 쾌적한 집'이라는 전제를 곱씹으며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샀다. 그중 『패시브하우스 설계&시공 디테일』이라는 책을 통해 정성적이고 정량적인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집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저자인 홍도영 건축가도 그때 알게 되었다.

[House Data]

사실패시브하우스는 정량적(定量的)인 수치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사계절 온•습도가 일정하고 실내로는 늘 신선한 공기가 유입된다. 당연히 이산화탄소 수치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결로나 곰팡이 발생도 컨트롤할 수 있다. 열관류율과 난방에너지 요구량 등 집이 갖추어야 할 하드웨어적인 품질은 '숫자'와 '단위'로 환산되고, 그것들이 모여 '건강한 거주환경'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건축주가 파악한 패시브하우스는 '따뜻하고 난방비 적게 드는 집'이 아니라 이 수치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보장하는 쾌적성을 담보하는 집'이다. 공부하면 할수록 패시브하우스가 자신이 생각한 조건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그와, 독일에서 활동 중인 홍도영 건축가와의 만남은 주거의 본질, 그 교차점에서 만났다.

평면은 명료한 몇 가지 중심 주제를 가지고 디자인되었다. 1층에는 거실•주방과 함께 안방이 있다. 노후를 생각해 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2층에 안방을 두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팡이나 휠체어 등 보조수단으로 이동하는 데 불편이 없게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로 설계할 것이 선결 과제였다.

계단실과 현관은 기존의 협소하던 보조 공간 이미지를 벗어나 면적을 넓게 할당해 소통의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북쪽 현관에서 시작해 남쪽 창호까지 연결되는 이 공간은 탁 트인 개방감을 살리고자 한 건축주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2층은 두 자녀의 방과 화장실 하나가 있는 단출한 구성이다. 외장은 벽돌로 마감하고 차후 취미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둔 옥외 주차장까지. 특별하지도, 까다롭지도 않은 이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홍도영 건축가는 몇 가지 아니, 수십 가지의 즐거운 숙제를 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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