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올 해는 경험이 목적..최종 목표 NBA 도전"

곽현 기자 2015. 4. 2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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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한국농구에 오랜 만에 '도전'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주인공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센터 이종현(21, 206cm)이다.

이종현은 오는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2015 NBA드래프트에 참가한다. NBA는 농구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웅을 펼치며, 그들의 경기는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한국농구 기대주로 꼽히는 이종현이 야심찬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 동안 한국농구엔 도전 사례가 적었다. 대부분의 유망주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정착하는 일반적인 경로를 밟았다. 2004년의 하승진, 방성윤이 NBA, D리그에 도전한 바 있고, 최진수는 2009년 미국대학농구에 진출했으나, 얼마 안 돼 귀국했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신체능력, 운동능력이 좌우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동양인이 미국 무대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선수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거나, 아예 도전조차 안 하게 되는 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국내선수들의 NBA 도전을 줄기차게 기다리고 있다. 야구, 축구의 경우를 보면 해외 명문리그로 진출할 경우, 해당 리그의 경기를 중계방송 하는 등 종목의 인프라를 넓히는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중국이 야오밍의 NBA 진출 후 농구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NBA 진출 선수가 나온다면, NBA 중계횟수도 많아질 것이다. 신나는 일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종현의 도전은 한국농구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설령 NBA 수준에 미치지 못 하더라도 도전 자체가 긍정적이다. 실패하더라도 성장의 여지는 충분하다. 그의 도전으로 인해 후배들에게도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머리그로 나를 알리는 게 목적22일 그의 드래프트 참가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용하던 농구계가 시끌벅적 해졌다. 포털사이트 농구섹션에는 그의 도전에 관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23일 고려대학교에서 이종현을 만났다. "어제 전화가 엄청 왔어요. 정신이 없었죠." 이종현은 NBA 도전에 관한 주위 관심을 전했다.

이종현은 드래프트 도전에 대한 계기로 지난 해 열린 2차례 국제대회를 꼽았다. 이종현은 국가대표에 선발돼 FIBA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16년 만에 출전한 세계대회, 그리고 국내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등 두 대회 모두 의미가 큰 대회였다. 이종현으로서는 선수 생활 동안 다시 누리기 힘든 기회일 수도 있다. 두 대회를 치른 이종현은 '도전 의식'이 강하게 생긴 듯 했다.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을 치르면서 제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겨울에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그러면서 드래프트 도전이라는 기회도 갖게 됐죠."

이종현은 미국에서 NBA 출신 코치로부터 전담교육을 받으며 기술향상에 몰두했다. 한국에서는 받기 어려운 트레이닝이었다. 코치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됐고, 추천도 받았다.

이종현이 목적에 두고 있는 것은 당장 드래프트에서 구단에 지명을 받는 게 아니라, 서머리그 출전에 있다.

현실적으로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드러났듯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자신과 비슷한 신장의 선수들이 많은데다, 운동능력이나 기술에서 그들보다 앞서지 못 한다. 또 NBA에 자신의 기량을 어필할만한 기회도 적었다.

이종현은 드래프트보다 서머리그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드래프트 후 7월 열리는 서머리그는 NBA에 갓 선발된 루키들과 기존 선수들, 그리고 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초청해 경기를 치른다. 이종현은 서머리그에서 NBA, 혹은 NBA급 선수들과 겨루며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종현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냉정하게 자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주눅이 들어 한 순간도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해보지 못 하더라도, 훗날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잘 돼서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모비스에서 뛰었던 브라이언 던스톤도 서머리그에 참가하며 NBA 진출을 모색한바 있고, 이승준은 과거 레이커스 소속으로 서머리그를 뛰었다.

"드래프트보다 서머리그가 목적인 게 맞아요. 아직 저에 대해 알려진 부분이 없기 때문에 가는 거죠. 분명 실력은 떨어지겠지만, 저를 많이 알리고 오는 게 목표에요."

이종현이 서머리그를 통해 자신을 알린다는 것은 향후 정식으로 NBA 도전을 대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현은 이번 경험을 토대로 진지하게 NBA 도전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경쟁력은 냉정히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중에 정식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가 중요한 게, 저의 경쟁력이 알려진다면, 나중에 드래프트에 나왔을 때 절 뽑아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종 목표는 NBA 도전이죠. 언제가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세계농구에서 한국농구의 경쟁력을 생각해보면 NBA는 먼 나라 이야기 같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승진이 2004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7순위(전체 46순위)로 지명됐고, 2시즌을 소화한 사례가 있다. 당시 하승진은 20살의 어린 나이였다. 당장 실력은 부족했지만, 221cm라는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에 NBA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우리와 경쟁국가인 중국에서도 꾸준히 NBA선수가 나왔다. 왕즈즈를 시작으로 야오밍, 이젠롄, 순예 등이 NBA 코트를 밟았다.

결코 우리에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단순히 실력의 수준을 떠나 NBA에 맞는 선수가 있다.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선수 중 피트 마이클, 크리스 윌리엄스 등은 역대 최고수준의 선수들로 꼽히지만, NBA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반대로 SK에서 뛰었던 그레고리 스팀스마는 국내에서의 활약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NBA에서는 현재 4시즌을 뛰는 등 주요 식스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이반 존슨도 NBA에서 2시즌 간 존재감을 보였다. 큰 기술이 없었던 안드레 브라운(前 KCC)도 NBA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런 점을 볼 때 NBA에서 필요로 하는 유형의 스타일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종현 역시 서머리그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키운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래서 '도전'이 중요한 것이다.

▲"안주하고 싶지 않다"이종현은 이번 도전을 하기까지 선배들의 사례가 용기가 됐다고 전했다. "전에 선배들이 걸어온 길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편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처음이라고 했다면, 지금보다 어려웠을 거예요. 예전에 영상으로만 봤는데, (하)승진이형 같은 경우에는 경기는 많이 뛰었는데, 큰 활약을 못 해서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아요."

이종현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의 간판센터 왕저린(21, 214cm)도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왕저린은 드래프트 익스프레스라는 드래프트 전문 사이트에서 1994년 비미국 선수 중 6위에 랭크됐다. 47위의 이종현과는 평가가 하늘과 땅 차이다.

이종현은 왕저린과의 격차를 인정했다. "왕저린은 국제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것 같아요. 키도 크고, 스피드도 있고, 센스도 좋은 선수여서 상대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만약에 저도 왕저린처럼 국제대회에 자주 나갔다면, 어떨 진 모르겠지만, 그 선수랑 비슷하게 평가받지 않았을까요?"

이종현은 입학과 동시에 대학리그를 평정했다. 2013년 3연패를 노리는 경희대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종현이 입학한 고려대는 거칠 것이 없었다.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는 모비스를 꺾고, 상무까지 물리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종현은 내로라하는 국내 빅맨들과의 대결에서 앞서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해 대학리그 2연패를 이룬데다 국가대표까지 선발된 이종현은 사실상 대학무대에서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일단 그 정도의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가 적기 때문에, 연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능력만으로도 쉽게 농구를 하다 보니 실력 향상에 있어 정체기가 올 수 있다. 실제 농구인들은 이종현이 대학 입학 후 성장세가 크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 해 대표팀에서 이종현을 지도한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에 대해 "게으르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학에서야 죽기살기로 뛰지 않아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은 물론, 팀 전력이 워낙 좋기 때문.

하지만 향후 프로에서 외국선수들을 상대하고 국제무대에서 장신의 상대선수와 맞서기 위해선 지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도 득점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 국제무대에서는 그 키에 더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점들은 '환경'이 변하기 전까지는 이종현이 쉽게 깨우치기 힘들다. 자칫 현실에 안주할 수 있다.

"어떻게 들으면 자만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런 의견이 맞다고 생각해요. 대학에 저만큼 높이가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보니까, 키를 이용한 플레이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안주하게 되는)이 있는 것 같아요."

이종현은 대학 입학 후 프로 조기진출에 관한 질문을 수차례 들어왔다. 그는 그럴 때마다 자신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학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플레이적인 측면을 볼 때 이종현은 좀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발전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다.

이종현은 NBA도 즐겨본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 샌안토니오와 LA클리퍼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시청하고 왔다고 했다.

"라이브를 챙겨보지는 않는데, 하이라이트는 잘 찾아 봐요. 아무래도 제 포지션에 맞는 선수들을 보게 되죠. 블레이크 그리핀(클리퍼스)이나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즈) 같은 선수들이 주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플레이스타일도 두 선수처럼 하는 게 목표에요."

▲이종현을 위한 적극적인 도움 절실이종현은 6월 초 초청장을 받게 되면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서머리그를 준비할 예정이다. 방학기간이기 때문에 대학리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

문제는 유니버시아드대회다. 7월 3일부터 광주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린다. 서머리그에 참가한다면 유니버시아드 대회 출전은 힘들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다 보니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학농구에서 이종현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이종현은 유니버시아드대회 뿐 아니라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차출돼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진출에 있어 일정이 부딪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이종현의 부친 이준호 씨는 이런 부분 때문에 주위 시선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한다.

"종현이가 미국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인데, 실질적으로 프로 구단이나 KBL, 대한농구협회에서는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 종현이가 프로나 대표팀에서 뛰는 걸 바라기 때문이다."

당장의 앞일을 보자면 국내무대에 남는 이종현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크다. 프로농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대표팀의 골밑도 단단해진다.

하지만 이종현의 미국 진출은 향후 더 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NBA의 벽을 허물수도 있고, 향후 어린 선수들의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종현의 도전에 대한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움도 필요하다.

"드래프트에 도전하게 됐는데, 주위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에 가게 된다면 더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힘을 받아서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오겠습니다."

현재 이종현은 KBL, 대한농구협회의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초청장을 받고 서머리그에 뛰러 갈 때도 사비를 들여서 가야 한다. 모든 것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도전' 자체가 힘들다. 때문에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이종현 개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한국농구 전체가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사진 - 곽현 기자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4-24 곽현 기자( rocker@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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