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 청문회 통과될 사람 찾는 게 급선무

2015. 4. 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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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데스노트 피할 수 있을까… 벌써 6번째 총리 후보자, 하마평만 20여명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21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자에 눈길이 쏠린다. 벌써부터 20여명이 넘는 정치인, 법조계 인사, 고위관료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총리 발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의 총리 후보 명단이 '데스노트'라 불릴 정도다.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한 총리 후보자만 3명(김용준‧안대희‧문창극)이다. 정홍원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 대응미숙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총리 후보자 두 명이 낙마하면서 다시 복귀해 '뫼비우스의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국 돌파용으로 발탁한 이완구 총리도 비리 사건에 연루돼 사의를 표명했다. '총리 잔혹사'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차기 총리 인선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인(안대희), 언론인(문창극) 카드 모두 실패했고 정치인 총리(이완구)마저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완구 총리가 비리의혹에 연루돼 자진사퇴했으며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도덕성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들이 연이어 낙마하자 인터넷에 유행했던 짤방. 영화 '테이큰'의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이런 이유로 반부패 및 정치개혁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이명재 대통령 민정특별보좌관(전 검찰총장),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목영준 헌법재판관 등 법조계 인사들이 거론되는 이유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선택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 현 내각에서 총리를 찾는 것이다.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가장 잘 꿰고 있고, 이미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는 총리 이전에 현직 의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할 가능성이 있기에 고사할 수 있고, 총리직을 수락한다 해도 임기가 1년이 안 되는 시한부 총리가 된다. 실제 현역의원인 이완구 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총선 불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현직 부총리를 총리로 임명할 경우 부총리 인선 등 개각 규모가 커지는 부담도 있다.

▲ YTN 뉴스 갈무리.

같은 이유에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검증을 거친 정치인들도 하마평에 오른다. 이주영 전 장관은 세월호 사건을 수습하고 '친박'으로 대통령 의중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고, 유승민+김무성의 비박 새누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현직 의원이라 총선 문제를 정리해야한다. 이런 맥락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오 전 시장과 김 위원장의 경우 대통령이 변화를 꾀하려 한다는 느낌은 줄 수 있다. 둘 다 비박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총리가 통제되지 않을 위험성도 있다. 특히 김문수 위원장의 경우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기에, 김영삼 대통령을 들이받았던 이회창 총리와 비슷한 길을 갈 수도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무상급식 파동 등으로 보수색이 강하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관료 출신도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모두 기용된 중도인사로 꼽히고, 인사청문회를 여러 번 통과한 적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위기 돌파형이 아니라 안정적인 관리형에 가깝다는 단점이 있다.

신임 총리를 임명할 때 늘 하마평에 올랐던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후보다. 황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쭉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에 안 그래도 검찰 출신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황 장관을 선택할 경우 대통령이 아예 사정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려 한다는 반발을 피할 수 없다.

▲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국무총리. 사진=CBS 노컷뉴스

지역 안배를 고려하면 TK보다는 충청권과 호남권 인사가 유력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완구 총리의 자진사퇴로 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다시 충청권 인사를 임명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 꼽힌다.

호남권 인사로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도 꼽힌다. 호남 출신 인사들을 지명할 경우 '통합형' 인사를 한다는 명분이 있다.

애니메이션 '데스노트'의 한 장면.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하마평에 오른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박 대통령이 고려해야하는 변수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권 3년차 개혁의 성과를 내야하는 동시에 차기 대권구도를 염두에 둬야하며, 국민통합과 지역안배까지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결국 박 대통령 수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철근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민들 입장에서,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국민통합형 인사가 좋고, 친박계 인사들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면 중립적인 인사를 지명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국민통합형 인사를 할 만큼 국정운영 동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쉽게 지지율을 올리는 방법은 대통령 선거 때 자신을 찍었던 사람들을 붙잡는 것이다. 진영논리에 입각한 친위체제 구축이라는 노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비박계 새누리당 중심의 차기대선구도를 견제하고 국정철학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친박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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