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유희관, 허구연 위원의 숨겨진 후계자

조회수 2015. 4. 22. 09: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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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허구연 위원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다(4월25일 밤11시 MBC 첫방송). 프로그램 특성상 온라인으로 먼저 김구라씨와 허구연 위원의 대화가 가감 없이 생방송으로 야구팬들에게 전달됐는데, 3시간이 넘도록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개인적으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해설 후계자에 대한 질문이었다. 허구연 위원은 정민철 위원, 차명석 LG트윈스 수석코치 등을 거론했는데, 모두 방송가에서 인정하는 대단한 입담을 가진 분들이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숨겨진 후계자가 한명 더 있다. 두산베어스의 유희관선수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의 일화다. 스프링캠프에서 허구연 위원은 만나는 선수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이는 코치진에게 큰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해설위원들이 조심하는 부분이다), 큰 틀에서 선배로서의 가볍지만 중요한 충고를 해주곤 했다. 이를테면 리더십이 뛰어나 몇 년 뒤 지도자로서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베테랑 선수에게는 '다른 포지션도 가끔 경험해보는 게 좋을꺼야' 라며 그 속을 짚어주거나 인기가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는 '항상 사생활 관리에 유의하거라' 라며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는 식이었다.

그 와중에 유독 유희관 선수에게 건넨 충고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김선신) "위원님 유희관 선수에게는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 없으세요?"

(허구연) "희관이는 지금부터 책을 많이 읽고, 사설과 칼럼을 정독하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괜찮을꺼야"

(김선신) "벌써 해설위원으로 키우실 생각을 하시는군요(웃음). 그러면 FA는 몇 번 가능 할까요?"

(허구연) "나이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한 번은 가능한데, 그 다음 부터는 해설위원으로 여러 번 하면 되지."

(유희관) "저 새로운 구종 개발은 하지 않아도 될까요?"

(허구연) "그것도 좋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구속이 늘기는 쉽지 않잖아?"

(유희관) "마.. 맞습니다. 위원님, 혹시 올해는 해설의 컨셉을 독설로 잡으신 건가요?"

그렇다. 장래 야구 해설위원으로서 이미 후계자 양성에 들어간 것이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의 허구연 위원과 유희관 선수>

사실 유희관 선수의 입담은 이미 방송가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MBC스포츠플러스와는 퓨처스리그를 중계하던 시절부터 친분이 있다. 성공적으로 2013시즌을 끝낸 후 비시즌 동안에는 본인 인터뷰, 정수빈 인터뷰, 야구선수 당구대회 등 거의 매주 출연했을 정도다. 명예직원으로 명함을 파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비단 MBC스포츠플러스 뿐만 아니다. 걸출한 입담에 빼어난 실력까지 겸비한 선수는 어느 방송사건 섭외리스트 최상단에 이름을 올려놓게 마련이다. 특히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는 먼저 다녀간 KBSN스포츠의 윤재인 아나운서와 함께 '2015프로야구는 KBSN스포츠와 함께!' 라는 종이를 들고 있는 게 발각돼 한동안 우리 제작진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용검과 아나운서의 일화는 사내에서 꽤 유명하다. 유희관 선수가 거의 매주 방송에 출연했던 2013년 겨울, 너무 자주 섭외한 게 미안해 회식에 초청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나름 차려입고 온다고 고른 옷이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패션의 이단아 정용검 아나운서와 똑 같은 옷이었다. 정용검 아나운서는 옷을 상당히 '개성 넘치게' 입는다고 정평이 나 있는 아나운서다. 아마 그 일을 계기로 둘이 꽤 친해진 것 같다.

<바로 이 옷이다!!!! >

악연(?)은 또 있다. 사실 아무 상관은 없지만 선수들도 어느 방송사가 중계를 하면 승률이 높은지 은근슬쩍 신경을 쓰기도 하는데, 2013년의 경우 유희관 선수와 MBC스포츠플러스는 대단히 궁합이 좋았다. 그러던 와중 2014년 4월 유희관 선수는 MVP급 맹활약을 펼쳤고, 5월 9일 드디어 MBC스포츠플러스의 '삼성vs 두산' 중계에 선발 등판하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8실점하며 시즌 첫 패를 기록했고, 이 경기 이후 잠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그 경기의 캐스터가 바로 정용검 아나운서였다.

사실 정용검 아나운서의 주 종목은 농구이고 야구 시즌동안은 메이저리그를 주로 맡다보니 KBO리그는 그리 많이 중계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유희관 선수가 첫 패를 기록한 그날의 아나운서가 한 때 같은 옷을 입었던 정용검 아나운서였다. 그날 이후 정용검 아나운서를 좀 멀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나 유쾌한 성격에 탁월한 입담, 심지어 칼날 같은 제구를 가진 뛰어난 투수라는 점에서 유희관은 여러모로 아주 매력적인 선수다>

한편, 유희관 선수는 사실 지난 일요일 선발등판 예정이었지만 우천취소로 일정이 변경되었고, 바로 오늘 목동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한현희 선수와 맞대결을 펼친다.

흥미로운 것은, 우연히도 오늘 중계를 맡은 캐스터가 오랜만에 KBO리그에 등판하는 정용검 아나운서다. 해설위원 역시, 그를 먼 훗날 후계자로 점지한 허구연 위원이다.

어제 유희관 선수를 만나 미리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일 선발이라며? 정용검 아나운서가 나올텐데..."

"악! 안 돼! 용검이 형은 안 돼!!!! 그러면 해설위원은 누구에요?"

"허구연 위원님"

"오케이! 허 위원님은 나랑 궁합이 괜찮지!"

경기는 오후 6시 20분에 시작한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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