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중단' 예멘, 폭풍 그치고 희망 복원될까
예멘 독재자 살레 고사·대규모 재건 나설 듯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26일 전격 개시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예멘 반군 공습 작전 '단호한 폭풍'이 21일(현지시간) 끝나고 '희망의 복원' 작전으로 바뀌었다.
이번 공습은 표면적으론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쿠데타로 위험에 처한 합법 정부를 구제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반군의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이 걸프지역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사전 차단한다는 의도가 컸다.
이 때문에 예멘 사태는 단순한 내전이 아닌 중동의 양대 맹주 사우디와 이란의 세력 충돌로 해석됐다.
따라서 예멘의 향방을 결정지을 해법 역시 예멘 내부에서 찾기보다 이곳에 선이 닿은 중동의 주요 '플레이어'의 역학관계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예멘에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은 국경을 길게 맞댄 사우디라는 덴 이견이 없다. 대대적인 예멘 반군 공습으로 이들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준 만큼 사우디는 이란의 간섭을 배제한 채 향후 예멘에 깊숙이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티에 쫓겨난 예멘 과도 정부가 임시로 안착한 곳도 다름 아닌 사우디 수도 리야드였다.
사우디는 희망의 복원 작전의 큰 틀이 예멘 국민 보호와 재건, 대테러 전략, 예멘 사태의 정치·외교적 해결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는 예멘 과도정부가 복원되려면 무엇보다 반군 세력을 무력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후티와 전략적으로 협력한 예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을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예멘 북부의 무장조직 중 하나였던 후티가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정부까지 전복할 수 있었던 데엔 살레 측의 군사 지원이 뒷받침됐다.
살레는 장기 독재로 축재한 막대한 자금을 동원, 2012년 하야한 뒤에도 예멘 정부군에 영향력을 유지했다.
따라서 이미 발효된 경제·금융 제재를 통해 살레의 자금줄을 막는 한편 정부군을 과도 정부쪽으로 회유하는 유인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멘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살레 편에 선 예멘 정부군은 살레에 충성하는 게 아닌 사실상 생계형 군대에 가깝다"며 "이들은 언제라도 생계를 보장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살레의 지원이 막히고 자신에 우호적인 이란과 밀착도가 떨어진다면 후티의 세력은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 핵협상을 의식해야 하는 이란으로서도 후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걸프 수니파 왕정은 이와 함께 공습과 전투로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하기 위해 대규모 예멘 원조·재건사업도 시작할 전망이다. 사우디 주도의 원조·재건 사업은 피폐한 예멘 경제를 회복하는 동시에 사우디와 과도 정부에 대한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다.
리야드 야신 예멘 외무장관이 지난달 말 열린 아랍연맹 회의에서 "예멘 대통령이 아랍권 정상들과 예멘을 원조하는 '먀살 플랜'을 논의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실현되려면 예멘 각 정파간 정치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예멘 과도정부 세력과 반군 후티, 남부 분리주의 세력 등 이해관계가 다른 각 정파를 협상장에 모으려면 사우디는 물론 유엔, 미국, 이란 등의 외교적 물밑 공조가 필요하다.
또 여전히 예멘 주요 지역을 장악한 후티와도 지상에서 한동안 전투를 벌여야 하고 동부에서 세력을 키우는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도 희망의 복원 작전에 위협적이다.
새로 들어설 예멘 과도정부는 지난 3년간 정치력 부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아닌 최근 부통령으로 임명된 칼리드 아흐푸드 바하 전 총리가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바하 부통령은 하디 대통령과 달리 예멘 국민의 신망이 두텁고 지도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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